[만났습니다]①박상규 중앙대총장 “산업·AI 접목되는 시대…규제완화 절실”

“신약개발에 AI 접목하면 임상기간 단축되지만 규제 벽 공고”
“4차 산업 기술 정부지원 긍정…규제완화로 마침표 찍어야”
취임 후 ‘이공계’ 체질개선…AI 등 국책사업비 2400억 확보
  • 등록 2021-09-01 오전 6:30:00

    수정 2021-09-01 오전 10:56:09

박상규 중앙대 총장(사진=이영훈 기자)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앞으로 인공지능(AI)기술은 여러 산업 분야와 융합될 개연성이 큽니다. 정부가 재정지원에 더해 산업 간 벽을 허무는 규제 완화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대학가에도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연구력으로 해외 대학과 경쟁하는 연구중심 대학은 AI 등 신기술 분야에서 경쟁국가에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지금까지는 선진국 기술을 빠르게 따라잡은 우리나라지만, 4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뺏길 경우 국가경쟁력에도 적색등이 켜질 수 있어서다.

박 총장은 “최근 십만양병설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신기술 분야에서의 인력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AI대학원 지원 사업에 수백억 원을 투자하는 재정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총장으로부터 4차 산업 시대의 학제 간 융합, 중앙대의 체질개선에 대해 들어보았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2학기 강의는 어떻게 운영될까.

△2학기 중간고사 때까지는 실기·실습만 대면수업으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비대면으로 수업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 국민의 70% 백신 1차 접종 완료 시기를 9월 말 정도로 잡고 있다. 백신 접종 후 2주가 지나야 항체가 형성되기에 우리 대학은 중간고사(10월 20~26일) 이후부터 학생 간 거리두기를 확보하면서 대면수업 확대를 모색할 생각이다.

-대학 원격수업도 이제 4학기째를 맞고 있는데.

△코로나 사태로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대학교육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대표적인 게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이다. 수업 전 미리 동영상 강의를 시청한 뒤 수업시간에는 교수에게 질문하거나 한 가지 문제를 놓고 동료들과 토론을 벌이는 수업 방식이다.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수업으로 우리 대학은 이를 ‘다빈치 러닝’이라고 부른다. 지난 학기 기준 전체 강좌의 10% 정도인 300여개 강좌를 다빈치 러닝으로 진행했는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컸다.

-학령인구 감소세가 가파르다. 입학자원 감소에 대비, 어떤 변화와 혁신을 하고 있나.

△지금까지 중앙대가 경쟁 대학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는 분야는 인문사회·예체능 분야였다. 이러한 비교우위를 이공계분야로 확대해야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위기 시대에 대비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총장으로 취임한 뒤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대학이 돼야 학생들이 선호하는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취임 후 신산업 분야 육성을 위해 노력했고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에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인공지능대학원 지원사업, 시스템반도체 융합전문인력육성사업, 산업통산자원부의 에너지인력양성사업, 교육부의 디지털 신기술 혁신 공유대학 사업 등에 선정됐다. 취임 후 2020년~2021년 사이 이러한 주요 재정지원사업에서 확보한 정부 지원금만 2400억원에 달한다.

-최근 과기부의 인공지능(AI)대학원 사업에 선정되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데 정부에 건의할 점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 차세대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거론된다. 최근에는 신기술 분야의 인재 십만명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십만양병설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대학이 AI 인재를 양성하려면 정부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그런 만큼 과기부의 AI대학원 지원사업은 적절하다고 본다. 재정지원에 더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중앙대는 인공지능을 어떤 기술에 적용할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존 산업분야와 융합하는 대학이 있어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예컨대 임상실험 설계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면 신약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신약물질의 정확한 용도와 타깃이 되는 질병을 AI기술로 정확히 분석하고 임상대상을 선정한다면 1~3상까지 8년 이상 걸리는 임상실험을 2~3년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 전문가나 생명과학자도 임상시험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약사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임상시험책임자는 의료 자격증 보유자만이 가능하다. 앞으로 인공지능기술은 여러 산업분야와 융합될 개연성이 크다. 정부가 재정지원에 더해 필요한 규제 완화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세계대학순위를 높이려면 연구논문의 질 또한 중요하다. 연구력 제고 정책은.

△우수한 연구논문을 우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예컨대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상위 0.1%에 해당하는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경우 인센티브로 5000만원을 주고 있다. 최상위 연구성과를 내는 교수들에게는 아예 연구업적 평가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런 연구 장려책으로 중앙대의 교외 연구비 수주 규모는 최근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정보공시 기준 1247억원의 연구비를 수주했으며 올해는 7월말 현재 142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성과를 벌써 넘어섰다.

-교육분야의 혁신도 중요한데 중앙대의 ‘AI+X’ 교육시스템을 설명한다면.

△중앙대는 지난해 ‘인공지능 캠퍼스’ 구축을 선포했다. 이는 모든 학문단위가 AI와 접목하는 ‘AI+X’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궁극적 목표는 환경·에너지·감염병 등 인류의 당면과제 해결에 기여할 연구·교육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중앙대가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의료·보안·언어·콘텐츠·자동차·로봇 등 6개 분야와 인공지능을 융합하는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어떠한 분야도 AI와 융합이 가능하다는 뜻을 담아 ‘AI+X’라고 명명했다. 향후 인공지능과 융합할 수 있는 분야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향후 교육부의 대학구조조정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나.

“학령인구 감소로 지역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부실대학에 개선 요구를 한 뒤 불응하면 폐교명령까지 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대학 하나가 문 닫으면 그 주변 상권이 몰락하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대학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을 냉정히 판단, 대학 생태계를 유지하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박상규 총장은...

△1961년 서울 출생 △서울 용문고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교 통계학박 △중앙대 응용통계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대 연구교수 △중앙대 입학처장 △중앙대 기획처장·미래기획단장·기획관리본부장 △중앙대 행정부총장 △중앙대 제16대 총장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심사자문단 위원 △교육부 구조개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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