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 "낯선 종묘제례악, EDM으로 신나게 즐겨요"

가곡 이수자 민희·사운드 아티스트 혜원
17·18일 국립극장 '여우樂 페스티벌' 출연
전통음악에 일렉트로닉 음악 더해
"미디어 아트 방불케 할 무대 선사할 것"
  • 등록 2021-07-08 오전 6:00:00

    수정 2021-07-08 오전 6:0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음악에 원래 편견이 없었어요. 수제천(조선 시대 궁중 의식에서 연주되던 향악 곡)을 들으면서 ‘멋있는 프로그레시브 록이잖아’라고 생각했거든요.”(민희) “어릴 땐 친구들이랑 가요를 들으며 놀다 장구를 배우러 가곤 했어요. 대학생 때는 수제천을 연주하다 수업 끝나면 클럽에 가 테크노를 들었죠.”(혜원)

올해 국립극장 ‘여우락(樂) 페스티벌’ 출연진 중 가장 눈에 띄는 팀은 바로 해파리(HAEPAARY)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민희, 전통 타악 기반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현대무용가 김설진,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등의 음악 작업을 맡았던 혜원이 지난해 결성한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 듀오’다. 국립극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여우락 페스티벌’ 출연진이 가장 궁금해 하는 공연이다.

국립극장 ‘여우락(樂)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얼터너티브 일렉트로닉 듀오’ 해파리(혜원, 민희)가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무엇보다 이번 공연은 해파리의 첫 단독 대면 공연으로 두 멤버에게도 의미가 크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만난 해파리는 “국립극장에서 연락이 왔을 때 ‘국립이니까 공연이 취소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전통음악의 문법과 록·일렉트로닉 등 서양 대중음악 문법을 모두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국악 전공자로 서로의 작업을 관심 있게 지켜봐온 두 사람은 2019년 민희가 보낸 이메일을 계기로 공동작업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고, 2020년 해파리를 결성했다. 단어의 어감이 좋아서 정한 이름이었다.

“전통음악을 잘 이해하면서 그 이외의 음악에 대해서도 잘 아는 사람과 작업하고 싶었어요. 혜원은 타악을 전공했고, 미니멀한 전자음악 작업을 한다는 점에서 저와 취향이 잘 맞을 것 같았죠.”(민희)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좋아하는 음악, 싫어하는 음악을 이야기했는데 그때 겹친 게 바로 종묘제례악이었어요. 국악 전공자 중에서도 종묘제례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정말 취향이 맞겠다 싶었죠.”(혜원)

지난 2월엔 첫 EP 앨범 ‘본 바이 고저스니스’(Born by Gorgeousness)를 발표했다. ‘귀인-형가’ ‘소무-독경’ 등 종묘제례악을 재해석한 5곡을 수록한 앨범이다. 해파리는 “라이브 공연 경험을 바탕으로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앨범 먼저 내게 됐다”며 “힙합 프로듀서인 테림이 믹싱을 맡아 사운드에 많이 신경 썼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음악마켓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스페인 뮤직페스티벌 프리마베라 사운드에도 초청을 받아 해외 음악 관계자들의 주목도 함께 받고 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여우락 페스티벌 출연 국악팀 ‘해파리(박민희, 최혜원)’
해파리의 ‘여우락 페스티벌’ 공연은 오는 17일과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다. ‘딥 씨 크리에이처스’(Deep Sea Creatures)라는 제목 아래 미디어 아트 그룹 고스트 샷건(Ghost Shotgun), 3D 모델링 아트 그룹 픽(.pic)과 함께 미디어 아트를 방불케 하는 무대를 준비 중이다. 해파리는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미디어 아티스트들과 함께 즐겁게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대를 전했다.

“종묘제례악이 낯설다 보니 저희 음악 또한 처음 들으면 어렵다고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낯섦과 익숙함을 섞어 재미있는 음악 작업을 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우리와 같은 취향을 지닌 리스너들과 계속해서 만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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