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씨는 “법적으로는 5%만 올려야 하지만 주변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진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전년보다 수억원 차이가 나면서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셋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세 매물 쌓이고, 가격 안정세 돌입하나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03%를 나타냈다. 3월 넷째주 이후 4주 연속 0.03%를 기록 중이다.
고덕아르테온 단지내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전용면적 85㎡의 경우 8억원 중반대면 괜찮은 매물이 쌓여 있다”면서 “갭투자로 들어왔거나 기존 계약 만기로 일정이 촉박한 분들은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5000만원까지 가격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7월말부터 시행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지난 1년여간 과도기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셋값 및 매매값 상승에 기존 세입자들이 주택 매수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물량은 이날 기준 2만3386건으로 올 초(1만7273건) 대비 35.3% 늘었다.
강남권 85㎡기준 전셋값 20억 돌파
하지만 전셋값 하락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서울 전셋값 상승률은 0.38%로, 지난해 12월 0.96%를 기록한 이후 △1월(0.74%)△2월(0.60%) 등 3개월째 하락 중이다. 하지만 전년도와 비교하면 무려 6.2%나 상승했다. 전셋값이 내렸다고 하지만 1년 전만 비교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인 것이다.
강남권에서는 이미 전용면적 85㎡ 기준 전셋값이 20억원을 돌파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는 지난달 15일 전용 85㎡의 경우 23억원(3층)에 전세계약이 이뤄지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작년에 14억~15억원대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던 매물이다. 1년새 8억원 가까이 오른 셈이다. 심지어 며칠 후 계약 갱신이 이뤄진 동일 평형의 아파트의 경우 보증금이 13억6500만원(24층)에 재계약이 이뤄졌다. 신규 계약과는 1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신규 계약과 계약 갱신 중 무엇이 더 정상가격이냐는 것을 생각해 봤을 때 결국 낮은 가격이 아니라 높은 가격에 수렴하게 된다”면서 “전세시장이 안정화된다고 하더라도 신규 계약 가격에 근접한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청약 가입건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미분양 아파트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청약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들이 많다는 점은 향후 전셋값을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올해 2월 기준 서울 등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총 1597가구로 전월(1861가구)보다 14.2%나 줄어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62.3%나 감소했다.
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서울 전셋값이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올해 입주 물량이 크지 않는데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본격화되는 7월이 전셋값 상승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