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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해 10월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판교도서관 인근 과일가게 옆에 시동을 켠 상태로 주차한 후, 과일을 사와 차 안에서 지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차가 스스로 굉음을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차량은 약 500m 거리를 시속 120km로 돌진하다 결국 판교청소년수련관 입구를 지나 국기게양대 건조물과 국기게양철봉 등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A씨는 충돌 이후 응급실로 실려갔고 전치 20주의 중상을 진단 받았다. 그는 신체에 상해를 입어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차량 안에서 차량의 급발진에서 충돌까지의 과정을 겪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고 있다.
사고 정황은 차량 블랙박스에 찍혔고, 차량 급발진 당시 A씨가 “잠깐만, 어머 잠깐만” 하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상황도 녹음됐다.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A씨가 타고 있는 차량은 급발진 이후 편도 2차선과 1차선 도로를 돌진하는 과정에서 주차된 오토바이·차량 등을 피하기 위해 방향을 틀었고 반대 방향 차선으로 고속 주행하기도 했다.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에는 속도가 붙어 차량이 공중으로 붕 뜨는 장면이 녹화돼 있다.
사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목격담이 올라왔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바로 앞 건널목에서 목격했는데 정말 아직도 소름 돋는다”며 “제가 본 바로는 정말 브레이크랑 헷갈려서 잘못 밟는 정도의 속도가 아니었고 플랫폼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앞서 가던 차들을 다 비켜서 오르막을 돌진했는데 혹시 볼보에 자동 장애물 회피 장치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자신의 동작 개입 없이 차가 오작동했다며, 볼보의 설계 결함을 주장하고 있다. A씨의 차량은 볼보가 자율주행기술에 기반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기능을 탑재한 S60으로, 구입 반년 만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
영상에서도 A씨가 과일을 사온 후 차량 후면 유리창 상단에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았다. 차가 급발진하기 전까지 A씨의 동작 개입이 없던, 온전한 주차 상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A씨를 대리하는 법률사무소 나루의 하종선 변호사는 사고의 원인을 ADAS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설계 결함으로 파악했다. 그는 “이 사건 차량과 같이 자율주행 기술을 기반으로 차량 스스로 가속하고, 핸들을 돌리고, 브레이크를 밟는 ADAS 기능이 장착된 차량에서는 이 기능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내재적 결함이 있는 경우 스스로 디지털 신호를 생성시켜 차량을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제로를 목표로’ ‘우리의 목표는 볼보 차량에서 아무도 죽거나 중상을 입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등 볼보자동차 광고의 안전 비전을 접하고 볼보 차량 구입을 결심했는데 결국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볼보는 회사 슬로건을 “볼보 포 라이프(Volvo for Life)”라고 내걸어 안전을 최우선시한다고 강조해 왔으며, 이 때문에 그동안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안전의 대명사로 불렸다.
앞서 다른 소비자들은 지난 2003년 다른 외제차 회사와 함께 볼보를 상대로 “급발진 피해를 봤다”며 손배소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볼보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더라도 자동차를 사용법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작했다는 점만큼은 입증해야 한다”며 “이런 입증도 없이 피고에게 제조·설계상 결함이 없었음을 입증하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측은 사고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의 피해가 발생한 점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정차 후 재탑승 이후 발생한 사고로 현재 정확한 사유 파악을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S60 변속기는 기계식 기어 레버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운전자의 의지에 따라 변속을 하지 않을 경우 주행이 불가하다”며 “ADAS 기능은 자율주행 기술이 아닌 특정한 조건에서 작동하는 운전자 지원 기술로, 이번 상황에서 운전자가 가속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했는지, 당시 상황에서 해당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지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