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강화' 계기될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 가시화하나

LH사태로 부동산전담기구 필요성 대두
정부·여당 분석원 출범 “두달내로 가능”
야당 우려는 ‘여전’…4월 보선도 겹쳐
  • 등록 2021-03-29 오전 5:30:00

    수정 2021-03-29 오전 5:30:00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부동산 교란·불법 행위를 포착하고 수사할 수 있는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가칭)’ 설립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를 계기로 법안이 추진 동력을 확보하면 두 달 안에도 분석원 출범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분석원 설치가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하는 ‘빅브라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과 정부는 LH 사태를 계기로 거래분석원 설치에 힘을 싣고 있다. 28일 열린 고위당정청협의회에서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직무대행 대표가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의 신속한 개정을 통해 시장 교란 행위를 강력히 관리 감독할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불법 투기를 감독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등 근본적 제도 개혁에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며 분석원 설립 필요성을 재언급한 이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비공개 및 내부정보를 불법·부당하게 활용해 투기하는 행위 △조직적 담합으로 시세 조작하는 행위 △불법중개 및 교란행위 △불법 전매 및 부당청약 행위 등을 4대 교란행위로 정의하고, 거래분석원을 통해 사전에 교란행위를 막겠다는 목표다. 특히 이 4대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할 계획이다.

거래분석원 설치는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 필요시 부동산시장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처음 언급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같은 해 11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분석원의 설치 근거를 담았으나 아직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모든 부동산 거래를 들여다보는 ‘빅브라더’ 논란이 일면서 개인정보와 재산권 침해 우려가 쏟아졌다.

여당은 법을 새로 제정하려면 공청회, 전문가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기존 법인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거래분석원 설치 근거를 명문화 한다는 목표지만, 3월 임시국회에서는 이를 처리하지 못했다.

여당 내에서는 4월 관련 개정안을 통과시켜 빠르면 올 상반기 안에 분석원을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진성준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합의만 원활히 이뤄진다면 분석원이 출범할 수 있는 시기는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분석원 설치와 관련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LH사태가 분석원 설치를 해야 하는 무조건적인 근거가 될 순 없다”며 “좀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간 일정 합의도 녹록지 않은 가운데 4월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예정돼 있어 법안 처리에는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설령 분석원이 추진된다고 해도 부처 재배치를 통한 전담 조직을 꾸리는 과정 등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분석원 출범 시기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전담기구를 통한 명확한 모니터링으로 시장 내에 잘못된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했다면 LH와 같은 내부 비리는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분석원을 구성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고 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 사태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독원 설립부터 논하는 것은 자칫 공권력을 강화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분석원은 빅브라더 우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엄격한 운영방식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진상조사가 마무리 된 이후 좀 더 확실한 대안을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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