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암모니아 추진선, 스마트 전기추진선, 수소선박…’ 연내 상장(IPO)을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글로벌 탈탄소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새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친환경 미래 선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4월중 거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파워시스템 매각자금도 신사업에 투입해 시장선점에 발빠르게 대응할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추가 인수·합병(M&A)과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현대중공업그룹은 앞으로 친환경 미래 선박 개발에 집중투자할 계획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핵심인 탈탄소 시대를 맞아 ‘조선-정유-기계’를 축으로 한 사업포트폴리오의 경우 기존 운영체제를 개선하지 않을 경우 중장기적으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 ▲울산 동구에 있는 현대중공업 독(dock, 선박건조대)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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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은 이를 위해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미래 선박 운항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작년 7월 국내 최초로 영국 로이드선급(LR)으로부터 암모니아 연료추진 선박에 대한 선급 기본인증서(AIP)를 받은게 대표적이다. 이어 10월에는 암모니아 추진 초대형유조선(VLCC)을 개발, DNV·GL(노르웨이·독일)의 기본 승인도 획득했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무탄소 대체연료로, 경제성과 공급안정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암모니아는 2030 IMO(국제해사기구) 온실가스 감축 규제보다 더욱 강화된 2050 IMO 규제(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0%까지 저감)까지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도 독자기술로 전기추진 선박 건조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시장 예측 전문기관인 IDtechEX에 따르면 전기추진 선박 시장은 2018년 8억 달러에서 2029년 124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조선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3월 DNV-GL선급으로부터 연료전지 연계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선박 기본승인도 세계 최초로 받았으며 같은 해 말 차세대 연료전지인 고체산화물기반 연료전지의 선박 전용 실증센터를 구축하는 등 차세대 전기추진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7500입방미터(㎥)급 LNG벙커링선의 시운전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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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선해양은 아울러 한국선급과 손잡고 수소 선박에 대한 세계 첫 국제표준 개발에 나선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한국선급과 ‘수소선박 안전설계 규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을 통해 세계 첫 수소선박 국제표준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첨단 기술력을 토대로 선박의 가스저장 및 연료공급시스템, 화물처리시스템 등 수소의 안전한 취급을 위한 조건들을 한국선급과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미포조선도 한국조선해양, 현대글로비스 등과 함께 세계 최초로 2만 입방미터(㎥)급 규모의 상업용 액화수소운반선 인증을 획득해 수소운반선 시대를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이 액화수소운반선은 이중구조의 진공단열식 탱크를 적용, 단열성을 높여 운항 중 발생하는 수소 증발가스(BOG:Boil-Off Gas)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기추진 방식을 채택해 향후 수소 증발가스를 연료전지의 연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탈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친환경 선박 개발 프로젝트는 ESG뿐 아니라 글로벌 친환경 선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룹 내 전사적인 역량 강화를 통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