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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월세 계약 75건 중 반전세·월세 계약이 11건(1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 매물이 없다”며 “전세로 내놓으려던 집주인들도 반전세로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큰 변곡점을 맞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차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금리에 세제 강화…전세→월세·반전세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전·월세 거래에서 준전세(반전세)와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월 대비 상승했다. 이달 거래된 전·월세 5008건 중 반전세와 월세가 총 차지하는 비중은 33%(1655건)로 나타났다. 6월에는 전·월세 거래 7687건 중 31%(2444건)가 반전세·월세 거래였다.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반전세’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전세란 전세에 가까운 월세를 뜻하는데,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초과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주택자 보유세, 양도세, 취득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반전세나 월세로 세금 인상분을 충당하려는 의도다. 심지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전세 보증금으로 이자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도 작용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임대차 3법 시행 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 계약기간이 현행 2년에서 4년까지로 늘어나고, 임대료 인상률 역시 5%로 묶이면서 임대인의 전세시장 참여 유인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전세물량 감소 불가피
이에 따라 전세제도가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독특한 임대차 계약 방식이다. 몇 해 전 할리우드 톱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아들의 한국 대학 진학으로 서울 광화문의 한 아파트에 전세계약을 맺으면서 월세 없이 보증금만으로 집을 빌릴 수 있는 한국의 전세제도에 크게 놀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세제도는 그동안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정착된 측면이 크다. 집주인은 레버리지효과를 이용해 자가를 소유할 수 있고, 세입자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보다 적은 비용으로 일정기간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전세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인구주택총조사와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자가점유율은 58%를 기록했다. 이어 임차가구 중 전세는 39.7%, 반전세·월세는 51.7%로 집계됐다. 2005년에는 임차 중 전세 비중이 54.1%로, 반전세·월세(36.5%)보다 높게 나타났다.
윤진숙 미래통합당 의원도 “우리나라 만의 특수한 제도인 전세제도는 저금리 시대를 맞아 천천히 축소되고 있었다”며 “그러나 임대차 3법 탓에 전세제도가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게 돼 전세제도의 소멸을 가져올 것이다”고 전망했다.
전세계약 고가주택에 집중…보증부월세 전환 제한적
다만 일각에서는 임대차 3법이 장기적으로 임대차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론도 제기하고 있다. 그동안 반전세·월세 전환이 상당수 진행돼 이미 안정화 상태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고제헌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보증금 비율은 2011년 87.4%에서 2016년 79.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82.2%로 소폭 올랐다. 반면 임차 중 전세 주택 비중은 2015년 39.5%까지 떨어진 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전세 계약이 늘었다기보다는 그만큼 고가 주택에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고가주택의 경우 월세 및 반전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데 각종 대출 규제 등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진미윤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임대차 3법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기보다는 가격을 제어하는 등의 방식으로 최소한의 세입자 보호를 강화하자는 목적이 있다”면서 “전세의 월세화는 2010년 이후 추세화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최근 전셋값 상승은 임차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