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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숙 행정안전부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활동가는 “코로나19는 지진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와 달리 피해자를 고립시키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불안하게 만든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한 장 활동가는 지난 2월 29일부터 3월 22일까지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기승을 부린 대구 지역에서 하루에 20~30건가량 자가격리자 등 확진자에 대한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당시 대구는 하루에 최대 7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확진자의 급증세에 병실이 부족해 일부 확진자는 자택에서 대기해야하는 상황도 빈번했다. 장 활동가는 “자가격리하는 사람들에게 0점부터 10점까지의 주관적 고통점수를 물어보면 미칠 것 같다에 해당하는 10점 그 이상을 주겠다고 할 정도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들은 코로나19가 약이 없는 상황에서 집에서 혼자 견뎌야 된다는 사실이 힘들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불안감은 젊은 사람에게서 더 심했다는 게 장 활동가의 설명이다. 그는 “대구 지역의 신천지 확진자 중 젊은 사람이 많았는데 무증상 감염 등으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 불안감은 더 높아졌다”며 “자기는 한 것도 없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상담을 전화로만 진행해야 해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사람일수록 재난 상황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덧붙였다.
대면 상담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도움을 줬던 건 유튜브다. 대면할 때는 요가나 명상 등 불안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같이 진행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상담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장 활동가는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전화로 복식 호흡을 알려드리는 등 방법을 사용했고 젊은 분들에게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따라 하도록 했다”며 “두 팔을 교차시켜 자신의 가슴을 토닥이는 나비포옹법이나 호흡 명상법 등 영상으로 쉽게 알려줄 수 있어 불안함을 낮추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장 활동가는 국가 재난심리지원이 세월호 이후 매뉴얼 등 체계가 잡혔다며 불안 호소에 대해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전에는 재난심리상담은 단순히 자원봉사 형태로 체계가 없었지만 세월호 이후 매뉴얼화됐다”며 “전화 상담은 언제든 무료라 누구든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장 활동가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나타나는 코로나블루에 대해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세계적 대유행을 앞서 갔을 뿐이라는 말씀을 많이 드린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불안은 정상적인 반응이기 때문에 위생 수칙을 잘 지키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