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촌 '방쪼개기' 근절하려면... 중개행위 단속 강화 필요

국토부, 지난달 지자체에 방쪼개기 단속 강화 요청
여전히 거래되고 있는 방쪼개기 위반건축물
전문가 "공인중개 업무 규제 강화해 거래를 근원 차단해야"
  • 등록 2020-03-16 오전 12:05:42

    수정 2020-03-16 오전 12:05:42

대학생 정유진(25·가명)씨는 자취방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를 모았다. 정해진 금액 내에서 ‘살 만한 방’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부동산 사이트에서 값싼 가격의 원룸을 발견했다. 중개사와 그 집을 방문했을 때 정 씨는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꼈다. 작은 건물에 2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었던 것. 건축물대장을 열람해보니 일명 ‘방 쪼개기’ 방식의 불법 대수선이 진행된 건물이었다.

서울시내 한 대학가의 자취촌.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각 지방자치단체에 '방쪼개기'에 대한 단속강화를 요청했지만 여전히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서는 방쪼개기로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은 원룸이 거래되고 있었다.

'방쪼개기'란 건물주가 지자체에 신고를 하지 않고 다세대·다가구 주택의 내부에 가벽을 설치하는 방법 등으로 거주공간을 불법 증가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더 많은 세입자를 유치해 수익을 더 얻으려는 불법 행위다. 특히 방쪼개기는 소음과 단열, 방재에 취약해 화재사고가 날 경우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사진=연합뉴스)


◆ 위험천만 방쪼개기,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안호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 방쪼개기 단속결과, 위반건축물수는 2015년 304건에서 2018년 604건으로 98.7% 증가했다. 단속에 적발됐지만 철거하지 않은 건축물 수도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635건에 달한다.

자치구별로는 동작구가 8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학가가 밀집한 서대문구와 관악구도 각각 76건, 48건에 이른다.

현행 건축법에 따르면 방쪼개기 등 위반건축물에 대해 지자체는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정해진 기간 내에 건물주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연 2회만 부과할 수 있고 이행강제금보다 월세 수익이 더 많기 때문에 제재의 효력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거복지에 관한 논의를 하면서 대학가를 중심으로 불법 원룸, 쪽방 문제가 심각해 지자체에 방쪼개기 단속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기존 단속을 강화하고 방쪼개기와 관련된 플랜카드 등을 걸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홍보에도 신경써줄 것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대학가가 밀집한 서대문구, 관악구, 동작구 등 지방자치단체는 방쪼개기 등에 대한 단속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방쪼개기로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은 원룸의 건축물대장


이 매물은 지난 2013년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았다


◆ 단속에도 여전히 거래되는 '방쪼개기 위반건축물’

방쪼개기로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은 건물이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서 정상 매물인 척 거래되고 있었다.

이 매물은 동작구에 위치한 1층 원룸으로, 전용면적은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인 14㎡보다 조금 높은 수준인 18㎡이나 보증금은 200만원에 월세 33만원이다. 인근 원룸의 시세가 보증금 500만원, 월세 4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가격이다.

건축물대장 내 건축물현황에는 이 건물의 1층이 사무실을 용도로 한 ‘제2종근린생활시설’이라고 적혀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정상 원룸으로 속여 거래되고 있었다. 또한 제2종근린생활시설에는 공동취사장을 제외한 취사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부동산 사이트에 따르면 이 원룸 내부에는 싱크대 및 전열기구(인덕션)이 마련되어 있다.

동작구 A부동산의 관계자는 해당 매물에 대해 “과거 옥상 불법 개조로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았으나 현재는 들어와 거주하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 전문가 "단속 강화 권고는 임시방편“

방쪼개기와 같은 불법 건축물 관련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개하는 물건의 위법성을 알면서도 공인중개사가 중개행위를 하는 것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며 “공인중개사는 원룸 거래 시 건물 소유주의 권한을 대행하기 때문에 건물에 위법한 사항이 있음에도 눈 감아 주는 경우가 있어 이에 대한 일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등의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주거비 부담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방쪼개기는 이어질 것”이라며 “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은 값싼 방으로 눈을 돌리게 되고 그 점을 이용해 기존의 방을 쪼개 가격만 저렴한 방을 내놓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방쪼개기 단속 강화는 일시적 대안에 그친다”면서 “중개 거래 가능한 최소 면적이나 채광·방습·반지하 여부 등 주거 환경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기준 이하의 부동산 거래시에는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냅타임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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