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 대만만 웃었다…中 유턴기업에 경제 '표효'

작년 4분기 성장률 3%대 회복..연간 2.73%로 전망치 상회
미중 경제전쟁 여파로 중국 이전 기업 대만으로 돌아와
한일 경제전쟁 양국 관광객 대만행 늘어
  • 등록 2020-01-23 오전 12:00:00

    수정 2020-01-23 오후 6:07:29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2일 타이페이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대만의 경제성장률(GDP)이 지난해 4분기 3%대를 회복했다. 6분기 만이다. 지난해 11월 시장 전망치를 0.34%포인트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2019년 경제성장률도 2.73%를 기록, 전망치를 0.09% 웃돌았다. 대만일간지 타이완뉴스는 22일 이 소식을 전하며 “네 마리 호랑이 중 표효한 것은 대만”이라고 표현했다.

대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해 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으로 불렸던 나라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고 주력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철강 등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대만 경제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정치불안 속에서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어왔고 그 과정에서 기간산업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빠져나가며 오랜 기간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동안 HTC, 에이서(ACER), 에이수스(ASUS) 등 간판 전자 브랜드들이 경쟁에 밀려 쇠락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위탁·생산기지로서 명맥만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가 재정을 풀어 간신히 2.2% 성장률(전기 대비 1.2%)을 기록하는 동안, 대만의 성장률은 3%대(전기 대비 6.96%)로 올라서며 기지개를 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기여도가 1.0%포인트다. 민간 기여도는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재정을 퍼부어 억지로 끌어올린 성장률이라는 것이다. 반면 대만의 성장률에서 정부 기여도는 0.3%포인트에 그쳤다.

같은 수출의존형 경제이지만 우리나라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을 정면으로 맞은 것과 달리 대만에는 호재로 작용한 까닭이다. 4분기 설비투자 등을 포함한 자본형성이 전년동기 대비 10.72% 증가하며 전망치를 6%포인트 넘게 웃돌았다.

특히 중국과 거리두기에 나선 차이잉원 정부의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황웨이자(黃偉傑) 전문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대만으로 회귀하는 기업들의 투자가 왕성하게 이뤄지며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5세대(5G) 시대를 맞아 TSMC 등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도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만은 한·일 갈등에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대만 내 반(反) 중국 정서가 강해지자 중국은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대만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줄어든 중국관광객의 수요를 보전한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 관광객이다.

사우스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018년 9월(7만 7457명)에서 9만 5639명으로, 같은 기간 대만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16만 2689명에서 18만 9946명으로 늘어났다.

대만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2%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4%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5월 20일부터 출범하는 차이 총통의 2기 내각은 더욱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수혜를 가장 일차적으로 받는 기업은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TSMC 등 반도체 기업이다.

첸리앙지 대만 과학기술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단위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초미세 공정 기술을 TSMC보다 먼저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에 대에 “삼성은 TSMC의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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