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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해 우리나라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으로 불렸던 나라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고 주력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화학, 철강 등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나 대만 경제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와 정치불안 속에서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어왔고 그 과정에서 기간산업들이 잇따라 중국으로 빠져나가며 오랜 기간 경제가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동안 HTC, 에이서(ACER), 에이수스(ASUS) 등 간판 전자 브랜드들이 경쟁에 밀려 쇠락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위탁·생산기지로서 명맥만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가 재정을 풀어 간신히 2.2% 성장률(전기 대비 1.2%)을 기록하는 동안, 대만의 성장률은 3%대(전기 대비 6.96%)로 올라서며 기지개를 켰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기여도가 1.0%포인트다. 민간 기여도는 0.2%포인트에 불과했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재정을 퍼부어 억지로 끌어올린 성장률이라는 것이다. 반면 대만의 성장률에서 정부 기여도는 0.3%포인트에 그쳤다.
같은 수출의존형 경제이지만 우리나라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충격을 정면으로 맞은 것과 달리 대만에는 호재로 작용한 까닭이다. 4분기 설비투자 등을 포함한 자본형성이 전년동기 대비 10.72% 증가하며 전망치를 6%포인트 넘게 웃돌았다.
대만은 한·일 갈등에도 반사이익을 얻었다.
대만 내 반(反) 중국 정서가 강해지자 중국은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8일부터 대만여행 금지령을 내렸다. 줄어든 중국관광객의 수요를 보전한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 관광객이다.
대만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2%로 예상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2.4%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5월 20일부터 출범하는 차이 총통의 2기 내각은 더욱 강력한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 수혜를 가장 일차적으로 받는 기업은 우리나라와 경쟁하는 TSMC 등 반도체 기업이다.
첸리앙지 대만 과학기술부 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삼성전자가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단위의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초미세 공정 기술을 TSMC보다 먼저 개발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에 대에 “삼성은 TSMC의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