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건설노조]③“고의로 작업지연...노동 생산성 최악”

무법천지 건설현장(상)
비노조원 한달 걸릴 일 60일 걸려
마진은 커녕 손실만 눈덩이로 불어
사업자, 노조 피해 소형공사만 입찰
  • 등록 2019-04-15 오전 5:34:00

    수정 2019-04-15 오전 9:42:07

[이데일리 박민 기자] “30년 넘게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지금처럼 노조의 요구가 심한 적은 없었어요. 노조를 피해 작년부터 공사 규모 작은 사업장만 하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경기도에서 철근·콘트리트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E대표는 대규모 공사에 비해 이윤이 상대적으로 적은 소규모 공사 현장만 찾아다닌다. 일반적으로 건설공사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5% 안팎으로 공사 금액대가 클수록 마진도 높지만 E대표는 큰 사업장은 아예 외면한다. 이유는 단 하나. 건설 노조를 상대하지 않기 위해서다.

E대표는 “공사기간도 길고 규모가 큰 현장은 어김없이 건설노조가 들이닥쳐 자기네 노조원 채용 등을 요구하며 횡포를 일삼는 탓에 큰 공사는 수주하고 싶어도 피할 수밖에 없다”며 “통상적으로 100억원 규모의 공사라면 마진(이윤)을 3억~5억원 정도로 보고 입찰에 들어가는데, 노조 리스크가 발생하면 마진은 커녕 손실만 눈덩이”라고 말했다.

E대표는 건설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일해온 베테랑이다. 회사를 설립한 것은 2014년으로 2017년엔 전국 6개 건설현장에서 골조(건물 기둥을 세우는 작업) 일감을 따내며 매출을 186억원까지 올렸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8년엔 매출 50억원으로 줄었다. 노조를 피하려면 20억원 안팎의 공사기간 1년 이하인 소규모 현장밖에 입찰할 곳이 없어서다.

E대표는 “2017년에 80억원 짜리 타운하우스를 수주한 적이 있는데, 당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 건설노조가 자기들 노조원을 채용하라며 오랫동안 서로 싸우는 바람에 9억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며 “결국 그해 다른 현장에서 벌었던 금액으로 충당하며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고 털어놨다 .

노조의 비생산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당시 타운하우스 현장에서 3층짜리 한 동을 짓는데 비노조원들은 30일이면 해내는 일을 노조쪽은 60일이 걸렸다”며 “새 노조가 현장에 투입되면 노조원 관리 명목으로 팀장, 부팀장, 총무 등 총 3명이 관리자급으로 들어오는데 이 사람들은 일도 제대로 안하고 일당만 챙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노조가 인건비를 따먹는데 혈안이 돼 있다 보니 초보자를 숙련공으로 둔갑시킨 뒤 투입해 노동 생산성은 최악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설현장에서 느끼는 노조의 횡포는 도를 넘어섰지만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E대표는 “영세한 중소업체들은 노조의 괴롭힘에 시달리고, 노조 대응을 못해 시위·집회가 발생할 경우 원청(종합건설업체)에 찍혀 ‘이중고’에 시달린다”며 “주변에서도 악질 노조로 인해 업력이 30년 된 회사가 결국 문을 닫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대한민국 건설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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