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증권시장 활성화를 위해 거래세를 0.1%로 우선 낮춘 뒤,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며 “양도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거래세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도 관심을 갖고 증권 관련 세제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 “거래세 0.1%로 축소”…이중과세 해소·증시부양
증권거래세 기본세율은 현재 0.5%다. 다만 장내시장인 유가증권(코스피)시장은 0.15%(농특세 0.15% 별도), 코스닥시장은 0.3%의 탄력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비상장주식에는 0.5%를 부과한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6조2828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다.
금융위와 정치권이 증권거래세 축소·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양도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고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목적이 깔려있다. 현재 주식 거래 차익에 부과되는 양도소득세 대상은 ‘주식 보유액 15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2020년 ‘10억원 이상’, 2021년 ‘3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에 양도세와 거래세를 모두 부과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래세 폐지 여부를 묻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입장을 밝히며 “거래세는 이익이 나도 내지만 손실이 날 때도 내야 하고 앞으로 주식 양도소득세를 상당히 넓은 층이 내게 돼 있어 이중과세 문제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투자 부담을 줄여 증시를 부양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세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이를 해소해 세계적으로 폐지하는 흐름에 발맞추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폐지’ 공감대 형성…시점에는 이견
야당에서는 추경호 의원이 관련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최 의원과 마찬가지로 신중한 모습이다. 추 의원은 “증권거래세를 검토하고 있지만 이번 세법 심사에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이중과세 등을 전반적으로 정비하는 작업도 필요하고 세수확보 문제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세수감소 등을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기습적인 거래세 축소안 추진 소식에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세를 폐지하더라도 일반투자자가 아닌 거래소만 혜택을 보기 때문에 증시 활성화와도 관련이 없다”며 “현재 전체 증권 거래자의 0.2%에만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어 이중과세 대상도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권거래세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증권거래세 0.1%에 세수 2조원 정도가 좌우된다”면서 “이론적으로는 검토가 가능한 사안이지만 지금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부총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게 참고는 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안 된다“면서 ”양도세와 거래세 문제가 있는데 조금 더 상황을 보겠다”고 했다. 이론적으론 인하를 검토할 사안이지만, 세수 감소 등 현실적 상황을 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