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호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두경부 영역에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찾아 내시경 검사를 통해 상태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전 준비 과정이 많고 금식해야 하는 위·대장 내시경과는 달리 입이나 코, 목에 대한 검사는 시간이나 비용 부담 없이 간단하게 실시 할 수 있는 만큼, 조기검진을 통해 증상을 악화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과 코, 목과 같이 가슴 위부터 뇌 아래 부분까지를 두경부라고 하는데, 이곳에는 호흡기관과 소화기관이 모여 있다. 그리고 이러한 얼굴과 목에 발생하는 다양한 암을 두고 두경부암이라고 말한다.
◇양치질·치석제거…구강 위생 신경써야
국가암정보센터에서 분류한 암종에서는 갑상선암과 구강암, 비부비동암, 인두암, 침샘암, 편도암, 후두암 등이 두경부암에 속한다. 갑상선암은 발생 빈도가 높아 별도 암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두경부는 △숨쉬고 △냄새를 맡고 △말하고 △음식을 먹고 △맛을 느끼는 등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만큼 두경부암은 우리 일상생활과도 상당히 밀접한 질환이다. 더욱이 구강암이나 비인두암과 같이 얼굴에 발생하는 암은 미용적인 부분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삶의 질까지도 저하시킬 수 있다.
또한 구강위생도 두경부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날카로운 덧니나 충치에 혀나 입안 점막이 닿으면 궤양이 생길 수 있는데,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구강위생 마저 좋지 않을 경우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때문에 양치질과 치석제거, 충치나 치주염 치료도 구강암을 포함한 두경부암 예방에 중요한 생활습관일 수 있다. 편도암을 비롯해 혀의 끝부분 목젖 뒤쪽에 생기는 구인두암의 경우는 인간 유두종 바이러스(HPV, Human Papilloma Virus)에 의해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구강성교에 의해 성기의 바이러스가 옮겨 오면서 암을 일으킨다.
정영호 교수는 “최근에는 미세먼지 중 디젤에서 배출되는 검정탄소(BC, Black Carbon)도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는데, 이러한 초미세먼지는 입과 코를 통해 폐로 이동하므로 그 경로에 있는 두경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밖에 방사선노출과 벤젠, 석면, 그을음 등 잘 알려진 발암물질들도 눈·코·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두경부 영역은 각종 발암물질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수술·방사선치료·항암화학요법 등 활용
아울러 두경부암 치료의 일차적인 목적은 암을 제거하고 재발률을 낮춰 완치하는 것이지만, 이와 함께 기능이나 얼굴 변형, 안면신경마비와 같은 합병증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치료계획을 세심하게 세워야 한다. 그러나 기능 보존이나 미용을 너무 우선시 해 암을 충분이 제거하지 않으면 재발이나 전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암이 재발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절제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암을 제거한 다음 몸의 다른 부위를 이용해 재건하는 수술도 같이 이뤄진다.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두경부암의 절제뿐만 아니라 재건수술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수술시간을 줄이고 있다. 최근에는 방사선치료가 일부 수술을 대신하고 있지만, 방사선치료로 인한 합병증 또한 고려해야 한다. 방사선치료로 인해 뼈나 연골이 녹아내리는 방사선골괴사나 연골괴사가 생길 수 있는데, 극심한 고통과 악취를 일으킴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매우 어렵다. 또 방사선치료 후에는 심혈관계 합병증도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 교수는 “암을 제거할 경우 암조직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는 수술 단독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반면 진행암의 경우 유도항암치료 후에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며 “이때 남아 있는 암이 없음을 확인할 경우 추가적인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거나 용량을 줄이는 등 방사선치료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