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꿈]④南 공단 조성, 北 인력 출퇴근…철원 '新남북 경협' 요충지

강원 최대 곡창지대에 경원선 통과
철원, 6.25 전쟁 이전엔 한반도 중심지
강원도·통일부 2006년부터
남북 공동 '평화산업단지' 추진
北 광물자원 개발 기대감도 '쑥'
  • 등록 2018-05-01 오전 6:00:00

    수정 2018-05-02 오후 4:28:01

[철원=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현재 우리 영토에서 남북한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기초자치단체가 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강원도 고성군, 강원도 철원군이다. 이들은 6.25 전쟁 이후 군사분계선(MDL)을 경계로 남북한으로 나뉘었다. 이중 철원은 6.25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중심지였다. 강원도 내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평야와 경원선 및 금강산선 등 교통의 발달로 광복 당시 인구가 10만 명에 달할 정도였다. 실제로 철원은 후삼국시대 궁예의 나라인 태봉이 건국한 지역으로 한반도에서 건국한 10개 왕조의 9개 도읍 중 하나다.

하지만 북한 노동당사와 경원선 월정리역에 있는 녹슨 철도와 기차가 보여주듯 남북 분단의 뼈아픈 아픔을 아직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철원에는 수많은 전투 전적비가 있다. 철원-평강-김화를 잇는 이른바 ‘철의삼각지대’는 철원평야 일대를 차지하기 위한 국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전투장이었다.

北노동당사, 6.25 전적지…남북 분단의 아픔 간직한 곳

2018 남북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육군의 협조를 받아 중부전선 철원 지역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평화전망대에 올라 북쪽을 바라보니 오른쪽으로 마식령이 어렴풋이 보였다. 마식령은 올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대비해 남북한 선수들이 공동으로 훈련을 했던 마식령스키장이 있는 곳이다. 저 멀리 북한 오성산도 보였다. 오성산 일대는 6.25전쟁 당시 중동부전선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김일성이 ‘남조선군 장교의 군번줄 한 트럭을 준다 해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던 요충지였다. 해설사의 말이 산 정상에서 철원군은 물론 의정부까지 관측이 가능하다고 했다.

강원 철원군 철원읍 관전리에 위치한 옛 북한 노동당사 모습. 이 곳은 6.25 전쟁 당시 포탄과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다.
왼쪽으로는 6.25 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피의 능선’이 있고 그 뒤로 북한 효성산이 있다. 해설사는 효성산 뒤에 북한 철원군청이 있다고 했다. 아직도 철원군청이 그대로 있는 것은 북한이 언젠가는 철원평야 일대를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게 해설사 설명이다.

사실 철원군은 38도선 이북지역으로 1945년 광복 이후 북한 관할 구역이었다. 6.25 전쟁으로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이 38선 이북으로 북상해 휴전선을 그으면서 철원군은 두 동강 났다. 철원군 총 면적은 820㎢로 남과 북이 각각 530.54㎢, 289.46㎢로 나눠갖고 있다. 이 때문에 철원 곳곳에는 안보관광지가 많다. 철원 노동당사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광복 이후부터 6.25 전쟁 전까지 북한이 주민들의 사상교육을 위해 만든 건물이다. 청년 학생들의 반공투쟁이 활발했던 철원제일감리교회 역시 안보관광지다. 이밖에도 얼음창고와 농산물검사소, 철원 제2금융조합 건물지 등이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DMZ 접경지역서 새로운 남북 경협사업 추진

철원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에서 만난 이주섭 철원역사학교장은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기대감을 표했다. 그는 “남북한의 철원군청은 그동안 협력을 통해 농지 공동개발과 비닐·비료 지원 등의 협력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유야무야 된 상태”라면서 “남북한 철원군청이 힘을 합하면 궁예도성 도읍터 복원 사업과 농업 협력 등의 분야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철원은 지난 2006년부터 강원도 및 통일부와 함께 남북 공동의 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남측이 자본과 기술을 대고 북측이 토지와 인력을 제공하는 개성공단과 달리 남측에 공단을 조성하고 북측 인력이 남으로 출퇴근하는 방식의 산업단지다. 유치 대상 산업은 농식품 가공산업, 청정 IT산업 등이다. 북측 땅에 위치해 여러 가지 관리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개성공단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남북한 인력이 DMZ를 오가며 교류하는 새로운 개념의 남북경협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지나면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개성공단마저 폐쇄되면서 철원평화산업단지 조성 계획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관계 개선이 본격화 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이뤄진 상황이라 철원평화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통일연구원은 이곳 철원평화산업단지에 북한의 광물자원을 이용하는 방안까지 제안한 상태다. 비료산업, 내화물산업, 중탄(탄산칼슘) 제조산업, 희유 및 희토류 가공 산업, 마그네슘 제련산업, 석가공 산업 등 6개 산업이 우선 대상이다.

손기웅 통일연구원 연구원은 관련 연구보고서에서 “북한에는 남한이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원료광물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국토의 약 80%에 광물자원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면서 “특히 철의 경우 우리 내수의 4분의 1만 북한에서 조달해도 250년 이상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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