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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마저 해체돼 미래 성장 전략을 수립할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도, 조직도 이젠 삼성에 없다. 특히 그룹의 중심인 삼성전자에서 이런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지금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최고 실적을 올리고 있지만, ‘포스트 반도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급변하는 IT 시대에 기민하게 대처할 리더십이 완전히 실종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올 들어 경이로운 실적행진을 벌이고 있다. 3분기에는 14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금껏 최대치였던 2분기(14조700억원) 기록을 한 분기만에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의 3분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38조5000억원으로, 이미 연간 기준 최고치였던 2013년(영업이익 36조79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쏠림현상은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익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분간은 급증하는 메모리수요로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메모리 수요가 줄어드는 순간 삼성전자의 실적은 ‘급전직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리더십 실종으로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발굴이 사실상 ‘올스톱’됐다는 데 있다. 사실상 지금 반도체 호실적도 불황기 총수의 과감한 결단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권 부회장은 “지금은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윤부근 사장(CE부문장)도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IT업계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 무섭고, 잠도 잘 못 잔다”면서 “(이 부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리더와 만나 얻은 인사이트 통해 미래를 만들어야하는데 하나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