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세종이 무슨 서울 강남도 아니고, 불과 수개월 만에 아파트 값이 3억~4억원씩 오른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아주 환영합니다.”
문재인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1주일이 지난 9일 세종시 부동산 시장은 적막감마저 흘렀다. 정부가 2중·3중으로 걸어놓은 각종 규제로 수년간 이어진 활황에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던 세종지역 부동산 업계는 개점휴업 상태다. 세종시 신도시 상가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부동산 중개업소중 3분의 1은 이미 문을 닫았고, 남아 있는 업소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마자 불과 한달전까지만 해도 분양가 대비 3억~4억원까지 치솟았던 아파트 단지에서 5000만~9000만원 가량 가격이 하락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들인 다주택자들은 중복 규제에 따른 부담을 못이겨 급매물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큰 폭의 하락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종 중개업소 “정부 대책 실효성 없어…지금이라도 사야”
세종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얘기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세종시 2-2생활권 새롬동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일부 언론에서 나온 것처럼 급매물이 쏟아지는 추세는 아니다”라며 “정부의 8·2 대책이 발표된 이후 거래가 거의 실종됐지만 전세나 월세 문의는 아직도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오는 10월부터 특별분양을 받은 공무원들의 분양권 전매 제한이 풀리는 시점과 맞물려 대출이 많은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물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지역 부동산 시장에 대해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휴가철이 끝나고 이달 중순이후가 돼야 시장 상황을 보다 명확히 알수 있다는 것이다.
김관호 세종부동산협회 회장은 “앞으로 세종지역에서도 금강 조망이 가능한 곳 등을 중심으로 좋은 물건은 더 오르고, 나머지는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실수요자들 “늦었지만 환영, 더 강력한 규제 나와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세종에서는 입주를 앞둔 분양권 급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세종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내년 4월까지 집을 팔지 못할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정부가 인센티브 확대 등을 통해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유도한다는 계획이지만 세종의 경우 실수요자에 비해 주택 공급이 그간 많았다는 점에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2-1생활권의 다정동 역시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같은 기간 웃돈이 1억 5000만원에서 9700만원으로 5000만원 넘게 떨어졌다.
3-1생활권의 대평동 전용면적 79㎡ 아파트(6층)나 보람동 전용면적 59㎡ 아파트 등도 불과 몇일 만에 수천만원이 떨어지는 등 아파트 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세종에서 2년 이상 거주했지만 투기수요에 밀려 분양에 실패했던 실수요자들은 이번 대책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직장인 최종길(39) 씨는 “전세로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것이 불편해 그간 세종에서 여러차례 청약을 넣어봤지만 번번히 떨어졌다”며 “더 강력한 규제로 집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보금자리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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