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연구기관과 내로라 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앞다퉈 새해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1순위 청약 요건 및 전매 제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과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로 주택시장이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말 그대로 ‘잿빛 전망’이 판을 쳤다.
전문가 집단의 집값 전망은 주택 수요자들에게는 투자 여부와 시기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다. 그래서 연초에 많은 내집 마련 수요자들은 이들의 집값 전망에 기대어 집 사는 것을 당분간 미뤘다. 대신 전세로 눌러앉았다.
그런데 올 들어 집값은 어떤가. 서울 아파트값은 넉 달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25일 현재까지 0.17%(KB국민은행 조사) 올랐다. 월별 상승률로 보면 지난해 11월(0.66%) 이후 가장 높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도 각각 0.03%, 0.04%, 0.10%, 0.14% 올랐다. 전국 아파트값도 상승세다. 지난 2월 보합(0.00%)을 기록했다가 3월(0.02%)과 4월(0.03%)들어 상승폭이 커졌다. 이달 들어서도 0.04% 올랐는데, 이미 올해 월별 상승률 중 가장 높다.
이렇듯 집값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뿐만이 아니다. 지난 몇년 간 집값 전망은 대부분 과녁을 한참 벗어났다. 엉터리도 이런 엉터리는 없다. 내집 마련 수요자들만 또 멍이 들었다. 전문가 집단의 전망만 믿고 내집 장만을 미뤘던 사람들은 하늘만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장세에서 조급함은 절대 금물이다. 가격 상승 이후에는 반드시 하락이라는 조정 과정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모든 자산시장의 공통된 명제다. 시장 가격은 언제나 오르지도, 또 영원히 떨어지지도 않는다. 가격이 오를 때(내릴 때)가 있으면 내릴 때(오를 때)도 있는 법이다. 조급하게 매수 대열에 나서기보다 시장을 차분히 지켜보면서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게 좋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장기적 상승으로 가기에는 힘든 구조다. 따라서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에는 떨어질 때까지 인내력을 갖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뒤쫓아가 잡을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에 기회가 또 온다. 상승장에서 주택 수요자들에게 최대의 적은 쓸데없이 서두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