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성공신화' 쓰려면

  • 등록 2016-06-22 오전 3:00:00

    수정 2016-06-22 오전 3:00:00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 정부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제 20대 국회가 상임위원회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도 소관부처와 산하기관으로부터 업무계획을 보고 받는다. 국민 건강과 행복, 양질의 일자리와 국부(國富) 창출에 기여하는 제약산업의 가치를 거듭 확인하고 정부와 국회의 공감대가 다시 한번 모아지길 기대한다.

돌이켜보면 국내 제약산업계는 지난해 이후 글로벌시장 진출과 국제사회 위상 강화 등 겹경사가 이어졌다. 한미약품은 8조원대 신약개발기술 수출이라는 사상 전례없는 쾌거를 이뤘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에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의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 판매허가를 받아냈다. 이같은 성과는 물론 단기간의 관심이나 투자, 우연의 산물이 결코 아니다. 국내 제약업계가 1990년대초부터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개발·생산 인프라를 구축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업체들도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무르익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 더해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우리나라를 끌어갈 동력으로 ‘신산업’을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오헬스분야가 중점 논의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의료, 제약 등 관련 산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부가 ‘바이오헬스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마치 기존 제약산업이 배제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사실 바이오는 의약 분야와 함께 에너지, 환경, 식품 등 여러 부문에 적용할 수 있으며 산업적 파급력을 따져보면 의약분야가 단연 주류를 이룬다. 실제로 바이오시밀러 등 의약품 분야가 국내 바이오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오라는 용어만 부각될 경우 전체 의약품산업을 아우르는 분야, 즉 제약산업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다. 또한 전체 글로벌 의약품시장에서 25% 정도를 차지하는 ‘바이오 의약’만 강조될 경우 잠재력이 큰 ‘케미칼 신약’의 성장동력 가치가 저평가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미약품이 최근 27번째 국산신약으로 허가받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국내개발신약 최초로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폐암치료제 ‘올리타’는 전통적인 케미칼 신약이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작은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지난해 38조원에 달하는 의약품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벤처신화의 모델로 꼽히는 길리어드는 바이오기업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제약기업이다. 마치 바이오만이 새롭고 첨단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면 세계적 신약 개발 의 실질적 추진 동력인 제약산업계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다.

제약산업은 공산품을 만드는 굴뚝산업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 항상 신(新)산업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신약개발이 그 예다. 케미칼이든 바이오든 신기술을 동반한 글로벌 신약 개발에 성공만 한다면 전세계 휴대전화와 반도체시장을 더한 것보다 많은 1200조원 제약시장에서 수 십조의 국부를 창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신산업 분야 선정과 관련해 바이오, 케미칼 분야를 포괄하는 신약 개발을 신산업 기술로 인정하고 추가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을 펼쳐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인 제약산업이 글로벌 성공신화를 써내려갈수 있도록 도와주길 기대한다. 같은 맥락에서 바이오헬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보다는 신약을 추가로 명시해 ‘신약·바이오헬스산업’을 신산업 분야중 하나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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