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도 너무 빠른 전세대출 증가세..5대 은행 작년에만 6조 늘어

주택경기 둔화에 `깡통 전세`논란 커질 수도
  • 등록 2016-01-15 오전 6:00:00

    수정 2016-01-15 오전 6: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5대 은행의 전세 대출이 6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지난 4년간 4.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깡통전세가 늘어날 수 있다”며 “전세대출 연체율 상승 등으로 가계부채 부실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5조원대에서 22조원대로 4년간 4.5배 급증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해말 22조5019억원(국민은 11월말 기준)으로 1년새 5조8400억원(35.1%)이 늘어났다. 2011년말까지만 해도 전세 대출 잔액은 5조원 정도에 불과했으나 4년간 4.5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매년 전세 대출 증가세도 가파르다. 2012년엔 3조1600억원 늘어났으나 2013년 3조4200억원, 2014년엔 4조9800억원으로 급증하더니 지난해엔 증가세가 더 빨라졌다.

전셋값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이 전세가격을 조사한 결과 서울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2011년말 2억63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말에는 3억7800만원으로 1억1500만원, 44%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역시 같은 기간 50.8%에서 73.4%로 껑충 뛰었다. 1998년 12월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부채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부채의 질은 더욱 큰 문제다.

올해는 주택경기 악화로 집값이 하락할 경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늘어나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할 경우 ‘깡통전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주택경기 악화에 전세대출 부실 우려

한국은행이 지난해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집주인이 보유한 예·적금 등 금융자산보다 임대기간 만료 후 세입자한테 돌려줘야 하는 전·월세보증금이 더 많은 임대가구가 전체의 43.6%에 달했다. 그동안 집주인은 차기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기존 보증금을 상환해 별 문제가 없었으나 전세보증금이 20% 급락하게 되면 전체 임대가구의 11.9%는 보증금 상환을 위해 추가로 빚을 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이중 5.1%(전체 전·월세보증금 중 0.9% 규모)는 빚을 더 지더라도 보증금 상환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돌려받기 어려운 전세보증금 규모는 전체(지난해 6월말 기준 533조7000억원으로 추정)의 0.9%에 불과하지만 전·월세가구 수가 적지 않아 향후 전·월세시장이 경색될 경우 가계 전반의 금융 및 실물거래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세대출 연체율도 점차 증가할 조짐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1월말 0.42%로 석달 연속 상승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연체율은 아직까진 의미있는 상승나 하락 등의 변동이 있진 않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 일시 만기상환이라는 점에서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전세 계약기간에 맞춰 만기가 2년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셋값이 상승한다면 추가로 대출을 받아야하는 부담이 생긴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가장 큰 문제는 집값이 하락했을 때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빚 상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라며 “주택담보대출처럼 주택을 담보로 한 것도 아니고 분할상환 규제 등도 적용하지 못해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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