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T가 주도하는 경제사회 변화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눠진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인터넷이 본격화한 1980년 이후부터 닷컴버블이 붕괴한 2000년까지다. 이 시기에는 공급사슬상 전후방 기업과 고객을 공급체인망관리(SCM)와 고객관계관리(CRM)로 연결하는 노력이 주종을 이뤘다. 또한 ‘e비즈니스’라는 이름으로 산업전반에 걸친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했다.
닷컴버블이 2000년 붕괴하자 IT생태계를 이끌던 실리콘밸리는 2~3년간 암중모색기를 거쳐 이른바 참여와 공유를 표방하며 프로슈밍(Prosuming) 시대를 태동시켰다.
소비자는 e-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서로 연결하고 중개플랫폼을 기반으로 수평적 네트워크를 확대한다. 유튜브와 위키피디아로 시작한 수평적 네트워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SNS)를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갔다.
스마트폰에 의해 다양한 데이터 수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IT기업들은 스마트폰의 다양한 센서기능을 활용해 데이터수집에 나선다. 그 결과 IT생태계는 빅데이터 기반으로 소비자의 개별적 행위를 분석하고 진단하며 통제할 수 있고 그 시도를 전방위로 확산한다. 사물지능통신(M2M), 사물인터넷(IoT)이 일반화되고 자율주행자동차, 우버, 카카오택시 등과 같은 자동화 바람이 기업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전반으로 퍼진다.
필자는 IT 1.0이 수직적 연결을 추구하고 IT 2.0이 수평적 확장을 시도했으며 IT 3.0이 지능화를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이 세가지 혁신바람은 서로 독립적이어서 1차원 IT 세계가 2차원 세계를 거쳐 3차원 세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 온 IT 1.0, 2.0, 3.0에 이은 IT 4.0 모습은 어떠할까. IT 3.0에 하나의 차원을 추가한 4차원의 세계라고 해야 할까. 부의 편중을 가속화하며 주도세력에 변화도 없어 음모설만을 양산하는 조지 오웰의 ‘1984’와 같은 세상이 진정 IT 4.0이 그리는 것이라면 이는 전인류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IT 4.0 세상이 진정 바람직한 미래 세상이 되려면 IT 4.0은 IT 3.0과는 전혀 다른 진로를 밟아야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중시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IT 4.0 세상을 만드는 데 우리가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상호 신뢰속에 공유와 협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IT 세상을 창출하는 데 대한민국이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