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재건축 허용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하는 등 대대적 규제 완화에 힘을 받은 재건축시장은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뿐 아니라 시세까지 상승세다. 청약가점제 개편이 예고된 가운데 시세 차익을 기대하며 분양시장으로 몰리는 수요자도 넘쳐나고 있다. 이 틈새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기승을 부리는 ‘떴다방’(이동식 중개업소)들이 판을 키우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한 것들과 반대로 흘러가는 상황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바로 주거를 포함한 시장 안정화 방안들이다. 우선 주택공급량 조절 문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택 공급량과 시기를 조절하는 정책을 펴왔다. 지난해 내놓은 8·28 대책에선 후분양을 하겠다는 사업자에겐 대출이자를 싸게 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올해 나온 9·1대책에서는 주택 공급 방식 개편을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놨다.
정부 정책과 거꾸로 가기는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9·1 대책에서 주택청약종합저축과 청약저축의 2년제 이상 상품에 대한 금리를 0.3%포인트(3.3%→3.0%) 낮추기로 하고, 이달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 조절을 위한 방편이다.
청약 통장은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주택청약이라는 본 기능이 아닌 재형저축이라는 부수적 기능의 역할 때문이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청약 가입자는 1689만8044명으로 한달 새 13만7633명이 늘었다. 아직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9월 신규 가입자도 이와 비슷하거나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를 매매로 전환하면 전·월세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정부의 계획도 틀렸다. 집값이 상승하자 전셋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9·1대책 이후인 최근 전셋값은 집값의 70%를 돌파했고, 월세도 하락세를 멈추고 보합세로 돌아섰다. 집값이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형국인 셈이다. 시장 활성화란 목표 달성은 일단 성공적일지 몰라도, 서민 주거 안정이란 계획에선 낙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