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세수 목표치로 제시한 금액은 204조 9000억원. 이는 지난해 세수 실적(190조 2000억원)과 비교해 14조 7000억원(7.7%)이나 많은 수준이다. 경기 부진으로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는 데도, 기초연금· 보육 수당 등 재원 소요가 큰 복지정책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국세청의 세입 목표치는 점점 치솟고 있다.
◇과도한 목표치 설정… 무리수 남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올해 과징금 예산 규모는 7000억원에 육박하는 6953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공정거래법, 대규모유통업법 등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부과되는 금전적 제재의 총액을 일컫는다.
공정위의 과징금 예산 규모는 △2012년 4035억원 △2013년 6043억원 △2014년 6953억원 등으로 매년 급증, 해마다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부족한 세수를 과징금으로 메울 생각에 매년 과징금 예산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한정된 세원에서 과징금과 세금 등을 추가로 뽑아내 목표치를 채우려다 보니, 국가기관들의 무리수는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징수’그 자체가 목적인 듯한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재계의 불만은 극에 달해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세청 세금추징에 심판을 청구한 기업은 전년동기대비 31%나 늘었을 정도다.
당연히 걷어들인 돈을 다시 뱉어내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 공정위는 2011년말 12개 생명보험사들에게 부과했던 3650억여원의 과징금을 4%의 이자까지 얹혀 토해내야 할 판이다.
지난 7월 대법원이 생보사들이 개인보험 이율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이 부당하다고 낸 소송에서 공정위 패소 판결을 내린 결과다. 법원은 생보사에 대한 공정위 제재를 ‘무리수’라고 본 셈이다.
공정위의 과징금 대비 환급금 비율은 2011년에는 12%를 넘기도 했다. 법원 패소 건수가 급증한 올해 공정위의 환급금 비율은 2011년 수준에 육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성국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과된 과징금 가운데 패소 등으로 5% 이상 환급했다면 제재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툭하면 영장 발부… 마구잡이 수사 질타
구속영장 신청 건수가 2009년 4만9825건에서 지난해 2만 9532건으로 줄었는데도, 기각률은 오히려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1~7월에는 1만 7661건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1만 2474건만 발부돼 미발부율은 29.4%에 이른다.
압수수색영장은 신청 건수와 미발부율 모두 크게 증가했다. 2009년 8만 134건이던 경찰의 압수수색영장 신청 건수는 2012년 11만 9645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18만 2452건에 달해 불과 1년 새 6만건 이상 급증했다.
경찰은 올해 1~7월에만 10만 2452건을 신청했다. 압수수색영장 기각률은 2009년 2.9%에서 2012년 9.1%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7.8%로 소폭 감소한 기각률은 올해 1~7월 다시 9%로 증가했다.
경찰의 영장 남발은 올초 철도노조 파업을 진압하는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서울서부지법은 철도노조 서울본부 국장급 김모 씨 등 4명에게 청구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같은 날 대전지법과 부산지법도 각각 구속영장이 신청된 철도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들의 혐의가 과연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향후 공판과정에서 다툼이 예상된다는 게 당시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