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위기 파생]규제 완화·맞춤형 신상품 개발 병행돼야

투기거래 인식 전환 필요..합리적 규제 이뤄져야
미니선물 등 투자자 맞춤형 상품 개발 지속
  • 등록 2014-05-27 오전 7:00:15

    수정 2014-05-27 오전 7:00:15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전체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현물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위축된 파생상품시장의 부활을 위해선 단순히 규제 완화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시장 변동성 축소를 인정하고 현 상황에 맞는 신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파생은 투기판?..인식전환과 규제완화

파생상품시장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은 정부가 파생상품의 긍정적 효과나 투자수단으로서의 효용성을 무시한 채 투기적 거래로 간주하고 관련 규제를 너무 강하게 펼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에 걸맞은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파생상품실장은 “개인투자자들의 과도한 투기 거래를 막고자 규제가 만들어진 만큼 규제 자체의 철폐를 논하긴 어렵다”면서도 “단기적 처방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시장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거래량 기준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규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파생상품 시장은 다른 경제상황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활성화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된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거래승수를 높이는 등의 방향 자체는 맞는데 다만 과세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이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실을 보는 제로섬 시장인 만큼 손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맞춤형 신상품 개발 병행돼야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현 시장 상황에 적합한 신상품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지금의 파생상품시장 위축은 단순히 규제 완화로 인한 게 아니라 현물 주식시장의 거래 감소와 변동성 축소의 영향도 큰 만큼 고객들의 입맛을 되살려줄 ‘맞춤형’ 신상품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코스피200 선물·옵션에 대한 집중을 낮추고 상품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코스피200 미니선물과 같이 승수를 낮춘 미니선물 도입을 주창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선 미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선물이나 닛케이 225 미니선물과 같은 미니선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새로운 상품 개발에 있어 거래소에 일정 수준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설사 이 상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더라도 이에 대한 비판보다는 또 다른 상품 개발을 독려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입장이다.

한국파생상품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상경 한양대 교수는 “새로운 상품 개발에 꼭 많은 인력이나 비용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개별 상품의 성패를 두고 왈가왈부하기보단 시기적절한 상품을 꾸준히 만들어 내 파생상품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시장의 여러 요구를 수렴해 조만간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위는 업계에서 요구하는 옵션 승수 하향이나 ELW LP 호가 제한 철회보다는 미니선물 등 새로운 시장 개설을 포함한 파생상품시장의 전반적인 발전방안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파생상품 때문에 자본시장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규제를 강화했는데 지금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구조적인 요인은 바뀌지 않았다고 본다”며 “규제를 완화하는 것보다는 금융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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