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中企는 왜 없나?

  • 등록 2014-04-15 오전 7:03:24

    수정 2014-04-15 오전 7:03:24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우리나라의 법정근로시간은 지속적으로 단축돼왔다. 1989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48시간에서 주44시간으로 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감축됐다. 이어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44시간에서 주40시간으로 줄었다. 이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7년에 걸쳐 기업규모 별로 단계적으로 근로시간 감축이 적용됐다.

다만 지속적인 근로시간 감축에도 연간 실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연간 근로시간이 2000시간 미만인데 비해 2012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에 달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골자는 현행 주68시간(평일40+연장12+휴일16)를 주52시간(평일40+연장12)으로 단축하는 방안이다. 다만 시행시기를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중소기업계 역시 근로시간 단축과 이를 통한 고용률 70% 달성에 공감한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서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것.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여야의 개정안에는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 △가동률 저하로 생산량 차질 △납품기한 준수 어려움 △구인난으로 인한 인력부족 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자칫하면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중소기업의 성장동력을 훼손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소지도 다분하다. 여야정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 중소기업 CEO들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킬 경우 주당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기업 중 72.1%가 생산차질을 빚게 된다. 또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으로,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임금이 최소 7조5909억원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이 중 66.3%에 해당하는 5조339억원 가량은 중소기업 부담이다. 이외에도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과 임금상승률까지 감안한다면 부담은 더 커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는 성토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 52시간 이상 초과근로의 거의 대부분은 3D산업으로 불리는 뿌리산업에 종사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이다. 실제 단조, 도금, 금형 등 뿌리산업과 연관된 제조업은 주당 총 근로시간이 68시간에 달한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인력난 탓에 법에 위반되는 것을 알면서도 휴일특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을 도외시하고 별도 준비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납기일 준수를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이들 업종의 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법제화 등의 조치로 임금 상승 부담이 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마저 곧바로 시행된다면 뿌리산업은 고사 위기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급격한 소득감소도 우려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초과근로를 통해 자녀 사교육비, 집값, 노후대책 등에 필요한 비용을 해결해왔다. 근로시간 단축이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지면 반발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사관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대선 이후 여야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중소기업 도우미’를 자처해왔다.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중기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중소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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