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속적인 근로시간 감축에도 연간 실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이 연간 근로시간이 2000시간 미만인데 비해 2012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에 달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골자는 현행 주68시간(평일40+연장12+휴일16)를 주52시간(평일40+연장12)으로 단축하는 방안이다. 다만 시행시기를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중소기업계 역시 근로시간 단축과 이를 통한 고용률 70% 달성에 공감한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 논의에서 중소기업계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것.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여야의 개정안에는 중소기업의 만성적인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에 대한 고민이 거의 없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킬 경우 주당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기업 중 72.1%가 생산차질을 빚게 된다. 또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중복할증으로, 기업들이 일시에 부담해야 하는 추가임금이 최소 7조5909억원에 달하고 있다. 더구나 이 중 66.3%에 해당하는 5조339억원 가량은 중소기업 부담이다. 이외에도 사회보험료, 퇴직금 등 간접노동비용과 임금상승률까지 감안한다면 부담은 더 커진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는 성토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법제화 등의 조치로 임금 상승 부담이 큰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마저 곧바로 시행된다면 뿌리산업은 고사 위기의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급격한 소득감소도 우려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초과근로를 통해 자녀 사교육비, 집값, 노후대책 등에 필요한 비용을 해결해왔다. 근로시간 단축이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지면 반발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사관계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대선 이후 여야는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중소기업 도우미’를 자처해왔다.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근로시간 단축이 중기의 경쟁력을 약화시켜서는 안된다. 중소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시행시기를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