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64.33포인트, 0.49% 하락한 1만3008.68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6.32포인트, 0.21% 내려간 2939.52를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5.97포인트, 0.43% 떨어진 1379.33을 기록했다. 그러나 7월 월간으로는 1% 정도씩 상승했다.
개장전 발표된 유로존의 6월 실업률이 11.2%로 사상 최고수준을 유지했다는 소식에 시장심리를 악화시켰다. 또 미국의 민간 소비지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독일이 유럽중앙은행(ECB)의 부양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소식에 부담이 됐다.
다만 미국의 대도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소식이 위안이 됐고, 연준내에서 자넷 옐렌 부의장을 비롯한 비둘기파들이 선제적인 추가 부양책을 주장하며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소식 역시 지수 하락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가 반등하며 18.5를 넘어섰다. 업종별로는 기술주와 이동통신주가 강했던 반면 소비재 관련주와 에너지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액면분할을 한 뒤 다우존스 지수에 편입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2.64%나 상승하며 주가 610달러대에 진입했다. 의약품업체인 아메리소스버겐도 185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3% 이상 상승했다.
2분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은 US스틸은 무려 9.14% 급등했고 엔진 제조업체인 커밍스 역시 시장 예상치를 넘는 호실적을 등에 업고 6% 가까이 상승했다. 타이코 인터내셔널도 3분기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2.16% 올랐다.
반면 페이스북은 여전히 취약한 매수심리로 인해 6% 이상 추가 하락하며 주가가 사상 최저인 21달러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휴매나는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탓에 13% 가까이 하락했고 코치 역시 4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경고에 무려 19% 가까이 급락했다.
◇ 빌 그로스 “주식 투자 시대는 끝났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 창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빌 그로스가 주식이 채권에 비해 지속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이날 그로스 CIO는 ‘8월 투자노트’에 실은 시장분석 보고서에서 “주식시장에 투자해서는 지난 세기에 얻었던 것과 같은 높은 수익을 더이상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식숭배(cult of equity)의 종언을 알렸다. ‘주식숭배’란 와튼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의 분석에 따라 지난 1912년 이후 주식 포트폴리오의 연간 평균 수익률이 6.6%로, 장기적으로 주식이 채권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을 말한다.
그로스는 “최근 주식과 채권의 장기 수익률 하락세를 감안할 때 시겔이 제시한 주식시장의 평균 연간 수익률은 우리가 생전 다시 접할 수 없는 역사적인 돌연변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때 푸른 사시나무가 콜로라도의 가을에 노란색으로, 또 다시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기 투자에 대한 주식 숭배는 죽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 ‘엎친데 덮친’ 스페인..해외자본 유출에 비상
금융권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 확정 이후 국가 차원의 또다른 구제금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스페인이 급격하게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자본에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이날 스페인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중 스페인에서 빠져나간 국내 및 해외투자자들의 자본 유출액은 413억유로였다. 이는 지난 4월의 266억유로보다 크게 늘어났다. 사상 최대 유출은 지난 3월의 660억유로였다. 올들어서만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스페인을 떠난 자본은 모두 1630억유로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6%에 이르고 있다. 작년 연간 유출액의 1.2배가 된다. 특히 최근 11개월간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GDP의 26%에 육박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가운데 해외투자자들의 자본 유출도 5월에만 122억유로를 기록했고, 올들어 5개월간 701억유로였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29억유로에 비해 무려 20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조속히 자본유출을 막는 통제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티쉬 풀 ECM에셋매니지먼트 매니저는 “스페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신용등급이 곧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적격등급에만 투자할 수 있는 일부 펀드들이 자금을 빼내고 있고, 그로 인해 다른 펀드들도 스페인 채권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제한적인 자본유출 통제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의 국채 매도를 저지할 수 없는 만큼 스페인 정부는 다른 자산을 팔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 자금으로 국채를 매수하도록 강제하는 대책을 내놓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 ‘고집 안꺾는’ 독일..유로존 부양기대 ‘흔들’
유로존 회원국들의 지지로 유럽중앙은행(ECB)이 총대를 매고 위기 해결을 위한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고집을 꺾지 않고 있는 독일의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날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관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ECB는 주된 정책목표인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데 엄격하게 집중해야 한다”며 ECB가 제안한 부양책에 반대해온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일부 유로존 회원국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재정적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정적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재무부도 이르면 이달중 출범할 유로존 영구 구제기금인 ESM에 은행업 라이센스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관련 협정에 따라 ESM은 은행 라이센스를 갖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이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 美, ‘고용부진→소비둔화’ 악순환 빠졌다
미국 경제가 고용 부진으로 인해 가계 소득이 줄어들고, 이는 소비지출 둔화를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중 개인 소비지출이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앞선 5월의 0.1% 감소에 비해 다소 개선됐지만, 시장 예상치인 0.1% 증가에도 못미치며 증가세 반전에 또다시 실패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1% 줄어 두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나마 소득은 0.5%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고용과 경기 둔화, 유럽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불안한 소비자들은 소비를 늘리는 대신 저축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4월 3.8%에서 5월 4.0%, 6월 4.4%로 저축률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소득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2분기중 민간 고용 비용지수는 연율로 0.5% 상승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그러나 전체 고용비용의 70%를 차지하는 임금과 급여는 전분기에 비해 0.4% 늘어나는데 그쳐 앞선 1분기의 0.5%에도 못미쳤다.
에릭 그린 TD증권 글로벌 투자 헤드는 “지금처럼 노동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가계 소비가 훨씬 더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며 “고용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한 소비가 회복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 “그린스펀이 옳다”..연준내 ‘선제적 부양’ 요구제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내에서 선제적인 경기 부양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서서히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부양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준내에서 전임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주장대로 선제적인 경기 부양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정책위원들이 다른 위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의 강령에 따르고 있는데, 앞서 그린스펀은 “당장 예상할 수 있는 내용대로만 정책을 펴선 안되며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보험을 든다’는 차원에서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선제 대응한 바 있다.
실제 전날 연준내에서 추가 부양책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일부 위원들은 현재 미국 경제의 예상 가능한 경로를 감안할 때 충분히 부양카드를 꺼내들 이유가 있다며 다른 위원들의 동참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FOMC는 “추가 부양책이 없다면 올 하반기에도 실업률은 아주 조금 떨어지는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이같은 비둘기파 중에는 자넷 L. 옐렌 연준 부의장이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도 “경제 전망을 악화시키는 많은 하방 리스크가 있다”며 “이는 미국 경제를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연준내에서는 앞으로 경제 모멘텀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반면 연준이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은 한정돼 있는데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있다는 점에서 부양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