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행동에서 주목되는 것은 외무성에서 눈에 띄는 담화나 성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북 외무성은 지난해 1월11일 “조선전쟁 발발 60년이 되는 올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기 위한 회담을 조속히 시작할 것을 당사국들에 정중히 제의한다”고 한 대변인 성명 이후 이렇다 할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올해 나온 외무성 담화는 “전제조건이나 대화 순서를 내세우지 말아야”(1월26일), “대화도 대결도 다 준비돼 있다”(3월1일) 이후 거의 자취를 감췄다. 4월11일 우다웨이-김계관 베이징 회동 이후 남북 비핵화 회담에 응하겠다는 외무성 입장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으나 두 달 가까이 침묵 상태다.
현지 지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자강도 희천발전소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일 공개한 사진. | 연합뉴스 |
그 자리를 메운 것은 국방위와 조평통이다. 조평통은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발언’을 이틀 만에 ‘도전적 망발’로 일축했다. 북·중 정상회담 직후 국방위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내고 이틀 뒤 비밀접촉 내용까지 공개했다. 국방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전면에 나선 적이 거의 없다. 이는 2009년 4월 북한 헌법 개정으로 국방위의 위상이 강화된 것과도 관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남북관계 경색과 무관치 않다. “남북 대결구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무성으로 대표되는 협상파의 입지가 넓지 않은 것 같다”(정부 소식통)는 분석이다.
또한 빠르게 방향을 트는 북한의 행동 패턴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11월 아주 짧은 예고 후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고, 이번에도 국방위 대변인 성명 발표 후 순식간에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했다. 정책기조 변화의 주기가 아주 짧아졌다는 느낌이다. 연초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북대화로 방향을 밝혔을 때만 해도 그 기조가 반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이 과거에 대화나 대결이라는 방향을 정하면 최소 6개월 이상 그 방향으로 갔던 것에 비하면 달라진 모습이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의 행동이 빨리 변하는 것이나, 외무성이 잘 안보이는 것은 남북관계가 경색돼 있는 데 큰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당국자, 북한 전문가 어느 누구도 북한의 다음 행보를 섣불리 예상하지 못하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