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춘천·태안… 3~4곳서 추진 중
"골프장 주거시설 法부터 개정돼야"
◆골프장이 필수인 미국의 은퇴자 타운
지난달 중순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북서쪽에 있는 은퇴자타운 트릴로지(Trilogy). 87만여평의 부지 위에 18홀 골프장과 2600가구 규모의 단독주택, 체육시설 등을 갖춘 커뮤니티 클럽 등이 들어서 있었다. 작년부터 분양을 시작한 이곳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단독주택의 분양가는 평형에 따라 25만~49만달러. 현지 관계자는 “부부 중 최소한 한 명이 55세를 넘어야 이곳에 입주할 자격이 주어진다”며 “공사가 모두 끝나면 총 1만7000가구, 4만5000명이 거주하는 시니어타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막 지역의 키 큰 선인장이 드문드문 심어져 있는 18홀 골프장 주변으로 단독주택들이 띠를 잇듯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한 겨울에도 따스한 햇볕이 내려 쬐는 골프장에는 50~60대 부부 골퍼들이 한창 골프에 몰두해 있었다. 골프장 그린피는 1인당 49달러. 아메리아에어라인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는 앤서니 몰루라(Anthony Mollura·69)씨는 “지난해 뉴욕 시내의 작은 2층집을 60만달러에 팔고 이곳에 침실 2개인 40만달러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해 들어왔다”며 “날씨가 따뜻한 데다 골프장 등 단지 내 시설이 좋아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피닉스 주변에는 이곳 외에도 1960년 미국 최초의 은퇴자 타운으로 통하는 ‘선시티’와 1970년대 완공된 ‘선시티 웨스트(Sun City West)’, 90년대 말에 개발된 ‘선시티 그랜드(Sun City Grand)’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은퇴자 타운은 하나같이 대규모 골프장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인구 4만5000명의 선시티는 9~18홀짜리 골프장이 8개나 됐다.
국내에는 아직 골프장을 갖춘 본격 시니어타운은 없다. 하지만 부동산개발업체인 S사가 경기 용인 기흥 지역에 9홀 골프장을 갖춘 30만평 규모의 실버타운 개발을 추진하는 등 개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곳에는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주택이 들어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춘천시와 민간개발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개발회사 ㈜동훈도 춘천시 남면 한덕리 일대 81만평 부지에 27홀 골프장과 실버타운, 휴양시설 등을 갖춘 ‘에버그린 휴양타운’을 추진 중이다. 2009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부지를 매입하고 있다. 휴양 타운 안에는 1동(棟) 규모의 시니어 전용 콘도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흔히 ‘골든에이지’로 불리는 50대 후반~60대들이 타깃 계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적 장애물 관건
개발회사들의 고민은 현행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 골프장 내 주거시설 건립을 불허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부 회사들은 ▲골프장 내에 지을 수 있는 숙박시설 형태로 주거시설을 건립하거나 ▲골프장과 주거시설을 바로 인접한 부지에 배치하고 인·허가를 각각 받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편법 논란을 배제하기 힘들다. 박찬호 현대건설 서산개발사업단 부장은 “정부가 골프장 내 주거시설 설치를 허용해 선진국형 시니어타운 개발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