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이 연 3일째 급락했다.뉴욕증시는 정말 "길고 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5년래 최저치를 경신했고 S&P500지수도 지난 97년 11월 이후 4년7개월만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다우지수는 최근 3일 동안 600포인트 가깝게 지수가 하락하며 9000선과 8900선이 차례로 무너졌다.기술적 지지선이 의미없는 상황으로까지 내려앉았다.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다.
퀘스트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검찰조사,제약주 부진,부시 대통령의 실망스런 기업회계 개선조치 등등이 오늘 하락의 이유로 꼽을 수 있는 악재들이다.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이런 저런 악재가 아니라 "주식을 사고 싶은 마음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이는 곧 주식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수가 하락했다고 해서 이것이 곧 지수의 "바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많은 투자자들이 최근 몇주동안 바닥을 찾아 헤맸고 많은 전략가들도 "바닥이 가까워오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지수는 "1보 전진과 2보 후퇴"를 반복하며 종전의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폴카리/와이커의 매매부장인 케네스 폴카리는 "주요 기술적 지지선들이 모두 붕괴된 상태이기 때문에 지수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도대체 안전지대란 없다"고 쉴즈&CO의 애널리스트 존 휴즈는 지적한다.존 휴즈는 "투자심리는 너무 부정적인 것 일색이며 주식시장엔 도피처가 없다"고 밝혔다.
레그 메이슨증권의 매매팀장인 톰 슈레이더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업들의 분식회계와 테러위협,그밖의 모든 악재들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은 악재들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톰 슈레이더는 "어느 순간에 투자자들은 더이상 나빠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것이 바로 커피추레이션(항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달 동안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할 때마다 월가에선 커피추레이션(항복)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이날도 커피추레이션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왔다.
커피추레이션이란 투자자들이 더 이상 팔 주식이 없을 정도까지 주식을 팔아치운 상태로 일반적으로 커피추레이션이 발생하면 주식시장은 급반등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휴즈는 "커피추레이션이란 그것이 일어날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할 때만 발생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랜스아메리카 투자서비스의 매매팀장 제프 반 하르테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제는 지쳐있다"며 "일부는 이미 타올을 던지고 퇴장했다"고 말했다.
오늘과 같은 폭락에 대해 제프 반 하르테는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염증을 느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에렌크란츠 킹 누스바움의 수석 스트래티지스트 배리 하이만은 "어제는 미디어주,오늘은 제약주 식으로 업종별로 돌아가면서 무너지고 있다"고 밝혔다.
배리 하이만은 "주식시장에 주식을 살 사람이 없다"며 "매수자들은 파업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하이만은 "투자자들은 오늘은 악재가 없지만 또 다른 대형악재가 터질 것으로 예상하며 주식 매입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일 부시 대통령의 실망스런 연설도 오늘 투매를 불러온 데 한가지 원인이 된다고 하이만은 지적한다.
하이만은 "부시는 구체적이지 않은 내용을 녹음기 틀듯이 반복했을 뿐"이라며 "부시의 연설은 구체성 없는 수사로 가득찼다"고 꼬집었다.하이만은 "진정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보다 정확한 공격이 필요하다"며 "대통령은 보다 단호한 자세를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제 주식시장의 거의 유일한 탈출구는 기업들의 순익이 괄목할 만큼 개선되는 것 정도로 보인다.사실 실적 개선외엔 단기적인 촉매가 될 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 개선 여부는 그 자체로 두가지 암초를 갖고 있다.첫째는 "과연 순익이 증가할 것이냐"이고 둘째는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발표되더라도 "이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분식회계 스캔들 탓이다.
어닝시즌에서의 실적 개선 여부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전미기업경제인협회(NABE)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은 지난 2분기중 신규고용과 자본지출에 1분기에 비해 오히려 보다 더 신중해진 것으로 타나났다.
조사에 응한 113개 미국 기업들은 경기가 다시 후퇴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113개 기업 모두) 대부분 경기회복의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고 답했다.
NABE의 부회장인 팀 오닐은 "이번 조사결과는 기업들이 2분기 자본지출이 나아지지 않았고 고용동향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이런 상황이라면 실적에서 촉매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