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선정 8개월째 계약도 못해…'진흙탕' 빠진 안산주공6단지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재건축 사업 탄력붙나 했는데
도급계약 갈등 떠오르며 시행·시공·주민 간 '이전투구'
시공사-일부 주민간 결탁 의심…정사위 해체 이르러
8개월 공회전 끝 원점…시행사, 시공사에 협조 호소
  • 등록 2024-08-06 오전 5:30:00

    수정 2024-08-06 오전 5:30: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말 시공사 선정 이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됐던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이 반년이 넘도록 공회전하고 있다. 시행사와 시공사 간 공사 도급계약서 변경을 두고 돌연 빚어진 힘겨루기가 좀처럼 협의점을 찾지 못하면서다.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 조감도.


5일 업계에 따르면 안산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무궁화신탁은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와 도급계약서를 8개월째 날인하지 못하고 있다. 양 측간 갈등 구조 속 최근 정비사업위원회(정사위)마저 해체되면서 자칫 연내 사업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시행사를 중심으로 시공사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1986년 지상 최고 5층, 17개동, 590가구로 준공된 안산주공6단지는 공사비 3000억원 규모의 이번 재건축 사업으로 지하 3층~지상 최고 36층, 9개동 1017가구 ‘더샵퍼스트원’으로 재탄생할 예정이었다. 고층 아파트 단지임에도 상대적으로 기존 주민 수가 적어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시공사로 포스코이앤씨를 선정한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됐던 이번 사업은 일부 정사위 위원들이 돌연 도급계약 변경을 요구하면서 이전투구 양상에 빠졌다. ‘철거 지체상금·책임준공 삭제’, ‘착공 후 공사비 인상 가능’ 등 주민들과 시행사에 불리한 반면 시공사에 유리한 계약 내용이었다. 이들 정사위원들은 이를 반대하는 시행사를 배제하고 직접 전체회의를 소집해 94% 이상 찬성표를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고 뒤이어 시행사와의 계약해지를 위한 전체회의 소집을 추진하고 나섰다.

안산주공6단지 정비사업위원 해임 및 직무정지 안건 발의문건.


시행사는 내용이 내용인 만큼 ‘일부 정사위원과 시공사 간 결탁’을 의심하고 곧장 대응에 나섰다. 상당수 주민들이 도급계약 변경이 불리하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찬성표를 던졌다고 보고 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들 정사위원 해임안을 통과시키는 데에까지 성공했다.

시행사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한 전체회의 역시 법원에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되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현행법상 시행사 외 정사위가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없을뿐더러 앞서 정사위 주도로 의결한 도급계약 변경 건도 무효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리면서다.

다만 시행사의 이같은 반격에도 사업 정상화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사업 정상화를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시공사 선정 당시의 기존 도급계약서에 양측이 날인하는 것이지만 시공사는 “향후 열릴 주민들의 전체회의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이 경우 정사위를 새로 구성해 도급계약서를 재검토하는 등 상당 시간 지체가 불가피하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이어 “앞선 도급계약 변경 추진은 주민들이 판단한 사안으로 우리가 일부 주민들과 결탁했다는 시행사 주장은 말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행자 관계자는 “시공사가 요구하는 도급계약 변경은 막대한 공사비 상승 요인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는 입찰 조건 위반사항임을 수차례 주민들에게 안내한 결과 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주민들의 지지를 얻어내며 사업 정상화 가능성을 다시 끌어올린 만큼 시공사 역시 그간의 요지부동 입장에서 벗어나 기존 도급계약서 날인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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