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집회·시위 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시민 불편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특히 주거 지역에서 시민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회·시위의 자유와 함께 시민의 평온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제21대 국회를 넘지 못하면서 이번 국회에선 꼭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1대 국회에서 시민들의 주거·사생활을 보호하는 취지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7건 발의됐으나 폐기됐다. 폐기된 법안에는 주거지역의 평온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다수 담겼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휴지통에 버려진 것이다.
| (이미지=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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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시법 개정안은 제10조에서 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시간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는 문구를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구체화하는 안이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 앞에서 이뤄지는 옥외 집회 및 시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자는 강경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을 보면 확성기 등의 사용과 관련한 기준을 소음도, 지속 시간, 반복 횟수 등으로 구체화하고 사용제한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상임위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법안이 지난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되면서 경찰의 고민도 더욱 깊어졌다. 주거지역 집회를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선 집회 신고 단계에서부터 집회 장소가 주거 지역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지만 제도상 미비로 현재 이런 과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통계도 따로 관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관련 법이 정비되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와 ‘평온권’ 사이 딜레마에 놓여 있어 적극적인 치안 행정을 펼치기도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경찰이 대응하려면 법적 근거가 꼭 있어야 한다. 야간 집회 금지도 현재 안 되고 있는데 장소를 분류해 관리하는 단계까지는 당연히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장 경찰관은 둘째 치고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이 생활 불편을 겪고 있는데 국회에서 외면하면 안 되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법 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의견을 내지만 어디까지나 입법은 국회의 영역”이라며 “제22대 국회에서 국민 편의를 보장할 수 있게끔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집회 및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국민의 평온권과 사생활 보호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전에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윤재옥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현행법 제10조 ‘일몰 후 일출 전’으로 집회 시위를 제한한 것이 과도해 적절한 시간을 정하라는 취지로 불합치 결정을 했는데 이를 국회가 오랜 기간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집회 시위로 인해 겪는 여러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 국회에서도 집회 개최에 시간 제한을 두는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