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가장 못하는 국회, 국민이 가만 안둘 것"

'숙론' 펴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인터뷰①
22대 국회에 전하는 최재천 교수의 경고
"숙론 없는 국회, 한국사회 걸림돌"
  • 등록 2024-06-04 오전 5:34:35

    수정 2024-06-04 오전 5:34:35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숙론은 커녕 토론, 아니 논쟁도 제대로 못 하는 가장 뒤처진 곳이다.”

신간 ‘숙론’을 펴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최재천(70)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는 최근 출간한 신간 ‘숙론’에서 대한민국 국회를 이같이 일갈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큰 걸림돌’로 국회를 지목했다. 특히 국회의원에 대해선 “서로 말꼬투리나 잡고 고함을 지르며 정쟁만 일삼는다”며 “이들의 행태는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교수실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의회에서 의원들은 토론도 잘하고 자기 생각대로 표를 던진다. 영국 의회 또한 언뜻 보면 난장판 같지만,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의견을 도출해낸다”며 “우리 국회에는 언쟁만 있다. 서로 꼬투리만 잡는 모습”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토론은 정치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최 교수는 “하버드대는 ‘리더를 기르는 대학’을 표방한다. 실제로 하버드대 학생들은 말을 정말 잘 한다”며 “정치는 말로 상대를 설득하는 일인데 한국 지도자 중에선 말 잘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말로서 설득하는 것 보다 뒤에서 꿍꿍이를 짜고 국민을 밀어붙이는 방식이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숙론은 상대를 궁지로 몰아넣는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이 왜 다른지 궁리하는 것, 어떤 문제에 대해 함께 숙고하고 충분히 의논해 좋은 결론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신간 ‘숙론’을 통해 정의했다. 더불어 국회는 물론 정치, 더 나아가 한국 사회 전반에 ‘숙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최 교수는 “시민 사회부터 숙론이 활발해진다면 국회도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변화가 빠른 만큼 숙론하는 문화만 제대로 자리 잡는다면 국회도 충분히 변할 수 있다”며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국민이 ‘이런 정치는 더 못 봐주겠다’며 국회를 바꾸고자 일어설 날이 올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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