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전 꺼낸 소득세 물가연동제, 타당해도 과제 많다

  • 등록 2024-02-14 오전 5:00:00

    수정 2024-02-14 오전 5:00:00

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 공약의 하나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싱크 탱크인 민주연구원이 2022년 7월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던 제도다. 검토 사실을 알려준 당 고위 관계자는 “물가와 명목상 급여는 날마다 오르는데 과세 기준은 그대로”라며 “평범한 직장인들을 위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제도는 소득세법상 과세 표준 구간이나 공제기준 금액 등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킨다는 점에서 나름 설득력이 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 소득은 제자리이거나 줄어들었는데도 명목 소득이 늘었다는 이유로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낱낱이 드러나는 일반 직장인들의 경우 소득세 부담이 일정 부분 완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미국 캐나다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이 물가연동제를 시행 중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세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만으로 제도 도입을 반길 수는 없다. 비합리적인 소득구조 개편 등 선결 과제가 수두룩해서다.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는 지난해 59조 1000억원으로 전년의 57조 4000억원보다 1조 7000억원 늘었다. 전체 국세 세수(344조 1000억원)에서 차지한 비율은 14.5%에서 17.2%로 2.7%포인트 뛰었다. 2013년(10.9%)이후 최대다. 그러나 근로소득세의 세수 비중이 급증한 상황에서도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넘는 704만명(35.4%)은 각종 공제 혜택 등으로 2021년 기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반면 연봉 8000만원 이상 근로자가 낸 세금은 전체 세액의 74.3%에 달했다. 일부가 세금 대부분을 짊어지는 쏠림 현상이 과도하게 나타난 것이다.

조세의 기본 원칙은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이다. 소득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능력에 맞게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면세자 비율이 주요 선진국의 4~5배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납세자들의 박탈감과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총선 시즌에 소득연동제를 꺼낸 것은 표낚기 노림수로 비칠 수 있다. 정부도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한다지만 물가연동제는 상속세 및 법인세 등 전체 세원 관리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함께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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