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심에서 확인된 김건희 특검법, 거부만이 능사인가

  • 등록 2024-01-03 오전 5:00:00

    수정 2024-01-03 오전 5:00:00

어제 오후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재의 요구)권 행사 요청 안건은 일단 다음으로 미뤄졌다.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과 함께 지난 28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안이 오전까지 정부로 이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이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고, 대통령실도 거부 의지를 분명히 밝힌 상태라 이 법안은 금명간 국회로 되돌려질 전망이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에 부칠 경우 법안 상정 시기는 물론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른 가결 정족수 계산 등 여러 변수가 얽혀 있어 결과 예단이 쉽지 않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면 대통령은 법안을 거부할 수 없고 공포해야 한다. 다만 가결되지 못하면 폐기돼 대통령실과 여당의 뜻대로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사상 초유의 특검 수사 사태를 피하게 된다.

야당이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김 여사의 가담 여부를 밝히겠다며 밀어붙인 이 법안이 독소 조항으로 가득찬 총선용 악법이라는 국민의힘 지적은 타당하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탈탈 털고도 기소 꼬투리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특별 검사 추천도 야당에 전권이 있어 중립성 원칙 위배다. 수사 기간도 내년 2월 중순부터 70일간으로 돼 있어 4·10 총선이 한복판에 들어 있다. 피의사실 공표죄의 예외도 허용해 수사 결과를 수시로 브리핑할 수 있다. 노골적인 대통령 가족 망신 주기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이해하더라도 민심은 다르다. 여론 조사마다 거부권 행사 반대 의견이 60~70%에 달하고 있음이 그 증거다. 일부 조사에서는 중도층도 특검을 73%나 찬성했다. 여야 합의로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고 수사를 총선 후 시작하는 방안을 지지하는 의견이 55%에 달한 조사가 그나마 비교적 중립성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거부권 행사가 능사가 아님을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겸허히 인정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야당의 폭주에 앞서 김 여사의 처신 논란이 사태를 키웠음을 반성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히는 게 맞다. 떳떳한 진실 규명이 이뤄진다면 민심은 야당의 무리한 꼼수를 되레 심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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