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 손발 묶은 재정준칙…불황·세수결손 고려한 재설계 필요"[만났습니다]①

[인터뷰]조의섭 국회예산정책처장
"경제 회복, 수위가 문제…내년 정부 기여도 낮아"
"내년 예산안 긴축재정에 묶여…투자할 부분은 해야"
"세수급감 등 세입 상황 고려한 재정준칙 필요"
"외평기금 세수펑크 대응, 외환시장에 나쁜 시그널"
  • 등록 2023-12-19 오전 5:00:00

    수정 2023-12-19 오전 5:00:00

[이데일리 조용석 공지유 기자]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더라도 투자할 부분은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그간 재정을 통해 성장률을 뒷받침했으나, 지금은 재정준칙으로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 불황기나 세수결손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조의섭 국회 예산정책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의섭 국회예산정책처장(차관급)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예정처는 예산결산·기금·재정운용과 관련된 사항을 연구·평가하고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국회법에 따라 세워진 조직이다. 방대하고 전문적인 정부의 재정활동을 제대로 분석하고 견제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그는 내년도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긴축에 너무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2%대 저성장이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임에도 긴축 운용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에만 너무 매몰돼 연구개발(R&D) 등 예산을 아끼지 말아야 할 부분까지 외면했다는 아쉬움이다.

조 처장은 재정준칙의 재설계도 주문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지표만 관리할 뿐, 세입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정부는 내년 세수(국세수입)가 367조400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해 예산안 기준 세입 규모(400조5000억원)대비 8.26%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을 역대 최소 증가율로 억누르고도 재정준칙(관리재정수지 -3%)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은 이같은 세수 급감 때문이다.

조 처장은 “재정준칙이 필요하지 않은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 재정준칙은 정부가 재정을 통해 경제를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을 스스로 묶어버린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초과세수 발생시 국가채무 상환보다는 추가경정예산안 재원으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실제 50조원 이상 초과세수가 발생한 2021·2022년에도 초과세수가 국가채무 상환이 아닌 추경재원으로 사용되면서 국가부채는 오히려 늘었다. 그는 “재정준칙과 연동해 초과세수가 일정 규모 이상 발생했을 때는 의무적으로 국가채무를 갚도록 강제하는 장치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음은 조 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예정처가 제시한 내년 한국의 성장률(2.0%)이 정부(2.4%)보다 부정적인데

△대외여건이 좋아지면서 경제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동의하지만, 문제는 회복 수위다. 대외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불안이 끝나지 않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예측할 수 없어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부는 그간 성장률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재정준칙으로 스스로 손발을 묶었다. 내년 정부 부문의 역할이 많이 축소될 것으로 본다. 정부소비와 정부투자의 내년 성장기여도는 각각 0.4%포인트, 정부투자 0.1%포인트로 예상한다.(예정처는 민간소비와 민간투자의 내년 성장기여도를 1.1%포인트, 0.7%포인트로 각각 전망했다)

-적극적 확장재정이 필요하다고 보나

△확장재정이냐 긴축재정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탄력성을 갖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데 긴축재정이 너무 도구화된 것 같다. 재정이란 민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을 해주는 역할인데, 선별적으로라도 과감하게 써야한다고 본다.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투자마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R&D 예산 삭감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하더라도 투자할 부분은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조의섭 국회 예산정책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예정처는 재정준칙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는데


△정부의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넘으면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 이내로 맞추겠다는 것인데, 내년 예산안에서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 총지출증가율을 2.8%로 억제했음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9%다. 준칙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깨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준칙으로서 작동을 못 한다.

-어떤 점이 문제라고 보나

△지금같이 세수결손이 난다고 하면 잠시 멈추도록 하고, 경기가 아주 나쁠 때는 추가 지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가 이미 60%에 육박한 상황에서 현 재정준칙은 작동하기 어렵다. 불황기, 세수결손 등 예외 상황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재정준칙에서 수입(세수)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인가

△수입이 있어야 지출도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정부가 적자재정을 할 수도 있고,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는 부채를 의무적으로 갚음으로써 향후 투자할 길을 열어놓을 수도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과거 초과세수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으로 썼다. 추가세수가 생겼을 때 세수결손을 대비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꼭 필요하다.

-올해 60조원에 가까운 세수오차가 발생했는데

△세수추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명목성장률이지만, 법인세 인하, 소득세제 개편 등이 추계모델에 반영됐으면 조금 더 가깝게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수출 비중이 큰 반도체와 ICT 분야를 업종별로 세분화해서 추계했다면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기재부는 세수추계 실패 이후 예정처와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아직까지 기재부의 특별한 요청은 없었다. 매년 조세분석보고서나 세법개정안분석보고서를 낼 때 기재부 세제실과 협의하고 자료를 주고 받는다. 전반적인 세수전망이나 세법개정안에 대해 협력해왔고 특별한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지 협조할 준비가 돼있다.

-예정처는 내년 세수가 정부 전망보다 6조원 덜 걷힐 것으로 봤다

△기본적으로 성장 전망에서 차이가 난다. 정부는 GDP 실질성장률 전망을 2.4%로 예정처는 2.0%로 보고있다. 0.4%포인트 차이가 난다. 세목별로도 법인세나 양도소득세 등에서 4조원 정도 그 외의 세수에서도 2조원정도 덜 걷힐 것으로 봤다.

-정부는 올해 세수결손을 외평기금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바람직하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기금은 목적이 있다. 외평기금은 소규모 개방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환율’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기금을 정부가 스스로 헐어서 쓰는 것은 외환시장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 될 것 같다. 정책적 측면에서 좋은 방법은 아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조의섭 국회 예산정책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평가한다면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2%대 저성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적극재정에 대한 기대가 있는데 경제 안정화 역할을 스스로 제약해 버리는 측면이 있다. 지출증가율을 억제했음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라가는 안좋은 모양새다. 중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신호를 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예정처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재정총량 관리를 위한 거시적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채무가 늘고 저출산·고령화 등 재정투입이 수반되는 정책수요가 확대되고 있기에 재정총량 분석 및 위험요인 점검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올해 출범한 아시아 의회예산기구(PBO) 네트워크 연례회의를 개최하는 등 국제 네트워크 협력 및 전문가 교류도 지속적 확대하려 한다. 또 분야별 주요 학회 및 공공기관 등과의 교류 확대를 통한 전문성도 확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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