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화ㆍ쇄신 절박한 與...대표 사퇴만으로 끝낼 일인가

  • 등록 2023-12-15 오전 5:00:00

    수정 2023-12-15 오전 5:00:00

당 혁신 차원에서 퇴진 압력을 받아오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엊그제 “당이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저의 몫”이라며 결국 하차했다.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 다음 날이자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와 중진, 대통령 측근 등의 희생을 요구한 지 40일 만이다. 장 의원과 김 대표의 용퇴로 4개월 앞둔 내년 총선에서 절대 열세에 몰렸던 여당은 향후 쇄신의 동력을 확보하고 반전을 모색할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 여당은 위기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년 반 만에 민심이 크게 돌아섰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 갇혀 있고 ‘국정 힘 실어주기’보다 ‘권력 견제’에 무게를 싣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다. 텃밭인 영남 지역에서도 분위기가 좋지 않고 심지어는 내년 총선에서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을 제외하고 전패한다는 관측이 당 내부에서 나온다. 물론 기본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당을 이끈 김 대표와 지도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김 대표는 당권 레이스 초반 3%의 지지율로 최하위에 그쳤지만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전폭 지원으로 무난히 당선됐다. 그 바람에 당과 정부의 종속관계가 심화됐다. 잼버리 사태 등 일부 국정 난맥상에도 대통령실 엄호에만 치중하는 등 민심 전달 창구로서 여당의 역할을 방기했다. 대통령과 국민의 거리는 점점 멀어졌고 급기야 10·11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로 이어졌다. 이후 김 대표는 혁신위 출범을 통해 활로를 모색했지만 당 주류의 험지 출마 등 자신을 포함한 지도부의 쇄신 요구는 일축해 지지율 하락을 부추겼다.

윤 대통령부터 엄중한 성찰을 바탕으로 국정 기조를 전환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집권당이 선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부 인사의 사퇴만으로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당 핵심 인사들이 자기희생의 결단으로 판을 깔고 혁신적인 공천과 과감한 세대교체를 통해 실력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를 끌어들여 인적 쇄신을 이뤄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해 희생하고 변화를 택한 정당은 선택을 받았고 그렇지 못한 정당은 외면받았다. 위기를 보약 삼아 환골탈태하는 길만이 윤 정부와 집권당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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