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모든 것을 쏟았지만 큰 표차로 패배한 국민의힘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쳤습니다. 책임을 지고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힘은 당 체질 개선에 팔을 걷었습니다. 지난 16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변화와 쇄신을 선언한 지 닷새가 됐지만 그 출발점이 될 혁신위원회 출범 소식은 아직입니다. ‘김기현 체제 2기’와 마찬가지로 인물난 때문입니다.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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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원장 임무는 명확합니다. 이번 보궐선거 패배에서 나타난 문제를 분석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국민의힘을 외면하는 청년층과 중도층, 수도권의 마음을 다시 돌려놔야 합니다. 혁신위원장 적임자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격론을 벌일 만큼 의견이 분분합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갖추면서도 혁신에 걸맞은 상징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마평은 무성합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원로부터 당내 소장파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이 거론됩니다. 지난 19일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당 혁신에 의미 있고 상징적 분을 모셔야 하고 이를 통해 변화하고자 하는 몸부림을 전달해야 해 쉽게 인선할 수 없다”며 인물난 지적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인사만큼 중요한 것이 혁신위에 주어지는 권한입니다. 정당이 파격 인사를 내세워 혁신위를 발족하고도 혁신하는 데 실패했던 이유는 권한이 제한적이었던 데다 당이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민의힘만 보더라도 지난해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감사원장 출신으로 대쪽 같은 이미지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을 앞세워 개혁에 나섰지만 이 대표가 당 중앙윤리위원회 징계를 받으면서 ‘최재형 혁신위’도 함께 힘을 잃었습니다. 당권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넘어갈 때마다 혁신위를 독려했지만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 확대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공천관리위원회 일부 기능의 윤리위 이관 등 6대 혁신안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올해 더불어민주당이 자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고자 띄웠던 ‘김은경 혁신위’ 역시 유야무야 끝났습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 개인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혁신위 활동이 종료된 지 두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한 번도 혁신안이 공식 논의된 적은 없습니다.
성공 사례로 꼽히는 것은 2005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홍준표 혁신위’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김상곤 혁신위’입니다. 홍준표 당시 의원은 당 주류던 친박(親박근혜)은 아니었지만 △당권과 대권 분리 △국민선거인단 도입 등 혁신안을 당 지도부가 수용했고 이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던 배경으로 꼽힙니다. 김상곤 혁신위가 내놓은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배제’를 비롯한 혁신안은 문재인 당시 당대표가 당대표직을 걸고 통과시켰고 이듬해인 2016년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원내 1당으로 올라섰습니다. 결국 핵심은 권한과 수용에 있다는 얘깁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인선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국민의힘 혁신위 역할은 어디까지일까요, 또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위가 내놓을 과제를 어디까지 수용할 준비가 돼있을까요. 이번 보궐선거 패배를 반전의 계기로 만드는 것은 온전히 국민의힘의 몫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