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S 대응 강화나선 정부… 근본 해법은 '글로벌스탠다드' 준수

법무부, 국제법무국 신설…분쟁 대응 노하우 축적 본격화
시장 규제는 합리적으로…"국민도 납득하는 투명성 갖춰야"
ISDS 삭제론에 법조계 "누가 우리와 협상하려고 하겠나?"
  • 등록 2023-08-01 오전 6:03:00

    수정 2023-08-01 오전 6:03:00

[이데일리 이배운 김형환 박정수 기자] 우리나라는 적극적인 외국인투자유치정책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왔다.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외국자본과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수천억 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낼 위기에 처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진= 이데일리)
이에 법무부는 국제 소송 및 분쟁 대응을 전담하는 국제법무국을 신설하기로 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외국자본과의 국제투자분쟁(ISDS) 대응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는 한편, 정부의 적법하고 합리적인 규제권한 행사가 분쟁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관보를 통해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 1명, 4급 공무원 등 총 8명의 직원을 배치하는 국제법무국 신설 계획을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ISDS 경험을 축적하면 우리도 충분한 대응을 펼치면서 비용을 아끼고 국익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직 신설 취지를 밝혔다.

법조계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면 ISDS 대응 노하우 축적이 절실하다고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시장에서 외국자본 비중이 크고, 경제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미래에도 수많은 소송·분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부터 전문적인 대응능력을 갖춰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소송에 발생할 추가적인 법률비용과 지연 이자가 걱정돼서 사건을 덮어버리면 앞으로 비슷한 소송이 걸려도 용인하고 넘어가겠단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이러한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고, 미래에 진행될 수많은 소송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전담 조직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정준혁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SDS 사건은 자주 발생하는 게 아니어서 민간 차원에서 전문성이 자연스럽게 쌓이지 않는다”며 “대응 역량을 강화해나간다는 취지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국제분쟁 원천 차단 해법은 ‘글로벌스탠다드’ 준수

이어 전문가들은 정부가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규제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투명성·일관성을 담보하는 규제 조치가 외국자본과의 분쟁 위험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해법이란 것이다.

원종현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투자는 개인 대 개인의 문제인데 여기에 정부가 간섭한 것 처럼 보이는 사안이 발생하고 실제 손실로 이어졌을 경우에 분쟁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시장에 일련의 조치를 취할 때는 합리적인 절차를 따랐음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하고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투명하게 합리적으로 일처리 했음을 우리나라 국민이 납득할 정도면 해외투자자도 납득할 것”이라며 “실제 ISDS 승소 사례들을 살펴보면 정부가 합리적 절차에 따랐음이 인정된 경우다”고 분석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선진국들은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를 거의 하지 않고, 결과에 대해서만 규제한다”며 “우리 나라는 그동안 사전 규제 차원에서 승인하는 인허가 제도가 많았지만, 이제는 꾸준히 규제를 완화해 나가면서 글로벌스탠다드에 발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ISDS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 불리한 제도이기 때문에 외교적 마찰 가능성이 적은 나라들과의 자유무역협정부터 ISDS 조항을 삭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출입·외국인투자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특성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ISDS 조항은 글로벌 관행, 관습법처럼 모든 협정에 감초처럼 들어가 있어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조문을 배제하면 누가 우리나라와 협상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국내의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짚었다.

원종현 전문위원은 “ISDS가 글로벌 헤지펀드, 거대기업의 횡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사실이고, 실제로 관료주의가 강하거나 자국 산업 보호 기조가 강한 나라들은 조항 삭제를 고민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우리나라에 여러 걱정스러운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이유는 ISDS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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