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오는 12일부터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이 의무화된다. 작년 7월 시범 도입 후 1년 만에 의무 지정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지정 대상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이나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다. 퇴직연금 적립금을 예·적금에 넣어놨다가 만기가 되면, 향후 퇴직연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미리 정해놓아야 하는 것이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은 시장에서도 공감하는 제도다. 지난해 우리나라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기록한 할 정도로, 노후 대비가 취약하다. ‘쥐꼬리’ 국민연금에 의존할 수도 없고, 기초연금을 늘리기엔 국가재정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디폴트옵션을 도입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면서 퇴직연금 시장도 활성화하겠다는 게 제도 취지다.
현재는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일 경우 2%대 안팎 수익률이다. 앞으로 디폴트옵션이 시행되면 실적배당형 상품 등으로 다양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적용한 디폴트옵션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다. 만약 디폴트옵션을 지정하지 않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남는다. 이렇게 되면 디폴트옵션의 원리금 보장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다.
반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 135개의 수익률을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12.41%로 추산됐다. 수십년 장기투자이다 보니, 이 정도 수익률 격차면 어떤 연금 상품에 투자하는지에 따라 50대에 받는 최종 퇴직연금 수령액에서 수억원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투자문화 바뀔까…추가 제도개선 주목
수익률 격차가 크다 보니 시장에서는 ‘머니무브’를 전망한다. 은행·보험사의 원리금 위주 상품에서 증권사의 투자 상품으로 퇴직연금이 옮겨갈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은행 174조9013억원, 보험사 86조5809억원, 증권사 76조8838억원순이었다.
아울러 하반기 발표되는 제도 변화도 시장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고용부, 금감원, 퇴직연금 사업자 등은 상황반을 구성해 금융위와 함께 퇴직연금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분기에는 규제를 풀어 투자 상품을 확대하는 퇴직연금감독규정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4분기에는 상품은 그대로 둔 채 퇴직연금 운용 사업자를 갈아탈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방안’이 발표된다. 여당에서는 디폴트옵션을 활성화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윤창현)’도 발의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에 원리금 보장 상품도 있다 보니 당장 머니무브가 일어나기보다는 중장기적 변화가 예상된다”며 “노후 대비를 강화하고 퇴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증권사들의 노력뿐 아니라 불필요한 운용 규제를 최대한 없애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디폴트옵션=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 가입자가 별도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미리 선택한 상품으로 디폴트값(초기설정값) 적용되듯이 적립금이 자동 투자되도록 하는 제도다. 방치된 잠자는 적립금을 굴리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12일부터는 의무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지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