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매칭· 금리 같은 자산형성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급전에 대비하는 유동성정책이 약하다. 청년들은 생애주기상 진로에 불확실성이 있고 이직이 잦아 만기가 긴 장기 저축이 쉽지 않은 세대이다. 작년에 도입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의 20% 이상이 일 년도 안 돼 해약했다고 하지 않는가. 중장년 대상 금융상품 보다 세심한 인출정책이 뒷받침돼야 청년들이 정책상품 혜택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그러면 자산형성정책과 유동성정책을 어떻게 잘 결합할 것인가.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골몰하고 있는데, 이번에 미국에서 역발상의 정책상품이 나왔다. 바로 긴급저축계좌(Emergency Savings Account)이다. 연금계좌와 연결된 긴급저축계좌는 연금자산이 중단 없이 축적될 수 있도록 긴급자금이 필요한 경우 연금계좌를 헐지 않고 긴급저축계좌로부터 자유롭게 인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작년말에 도입된 이 계좌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미국도 중장년보다 청년의 퇴직연금 일시금 인출이 많기 때문에 MZ세대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고,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와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긴급자금수요가 늘어난 중장년층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주목할 점은 미국의 경우 연금계좌 기반의 대출이 우리나라와 달리 일반화돼 있음에도 이처럼 별도의 긴급저축계좌를 만들어야 할 만큼 자산형성정책에서 유동성에 대해 고려가 중요해진 것이다. 긴급자금수요가 많은 청년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면 적립금의 일부를 비교적 자유롭게 부분 인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청년자산형성의 목적 달성에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 미국의 긴급저축계좌를 잘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요즘 IRP계좌를 통해 글로벌 자산배분 투자를 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초장기인 연금계좌와 청년의 예상치 못한 급전 수요를 고려하면 연금계좌가 아닌 다른 투자 바구니가 필요할 수 있다. ISA를 새롭게 개편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국내 주식과 펀드로 제한된 운용규제를 국내증권, 해외주식, ETF 등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청년도약계좌처럼 ISA기여금의 일부를 정부나 기업이 매칭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