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자금조달 러시에도 느긋한 삼성SDI…왜?

LG엔솔 첫 회사채…4500억 합작사 투자
SK온, 재무적투자자 등 8조 넘는 자금 확보
삼성SDI, 안정적 재무구조 통해 내부자금 활용
현금성 자산 2.8조…SDC 장부가액만 8.9조
  • 등록 2023-06-22 오전 6:00:00

    수정 2023-06-22 오전 6:00:00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잇따라 글로벌 완성차와의 합작사 설립을 추진,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회사 출범 이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SK온의 경우 재무적 투자자(FI)들로부터 수조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반면 삼성SDI는 타경쟁사 대비 자금조달 움직임이 없다. 그동안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 투자를 추구한 만큼 우수한 재무안전성을 토대로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총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LG화학에서 독립한 이후 첫 회사채 발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체 5000억원 중 4500억원은 혼다 JV, 스텔란티스 JV, 북미 현대차 JV 합작법인 투자를 위한 증자 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온도 지금까지 8조원이 넘는 재원을 확보했다.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으로부터 1조2000억원,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 MBK컨소시엄과 SNB캐피탈로부터 각각 8억 달러(약 1조500억원), 1억4400만 달러(약 1900억원) 한도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계 신규 FI로부터 4억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받았다. 이어 9억 달러(약 1조 20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미국 조지아주에 합작 공장을 설립하기로 한 현대자동차와 기아로부터 차입 형태로 2조원을 추가 확보했다.

반면 삼성SDI의 경우 외부 자금조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편이다. 삼성SDI는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을 비롯해 보유 현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장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의 1분기말 부채비율은 80.05%로,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양호한 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부채비율이 낮기 때문에 차입 여력이 충분하다”면서 “내부 자금을 활용하되 부족한 부분은 은행 차입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86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6363억원 증가했다. 특히 삼성SDI는 수익성 중심 수주 전략을 유지하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상 영업활동만으로 대부분의 설비투자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1분기 삼성SDI의 영업이익률은 7.01%로 LG에너지솔루션(6.09%), SK온(-10%)대비 높은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SDI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조6411억원으로, 설비투자(CAPEX)비용 2조8089억원의 상당 부분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북미시장 선점을 위한 공격적 투자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삼성SDI 역시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30GWh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통상 연산 1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1개 세울 때 1조원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 규모만 3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자금조달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지분(15.2%)의 장부가액만 9조원에 육박한다”며 “북미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수적이었던 삼성SDI의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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