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더이상 새로울 게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은 오산이었다. 약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공연 이야기다. 이번이 벌써 11번째 국내 공연. 김해, 세종, 부산을 거쳐 지난달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객과 다시 만나고 있다.
|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 중 배우들의 군무 장면. (사진=에스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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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는 뮤지컬 거장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시인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바탕으로 만들어 1981년 초연한 작품이다. 2014년 한 차례 리바이벌(기존 작품을 새롭게 연출해 무대에 올리는 것)을 거쳤으나 작품의 줄거리 등은 그대로 유지하며 40년 넘게 사랑받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국내에선 1994년 정식으로 소개된 뒤 주로 해외 배우들의 내한공연으로 관객과 만나 왔다.
매번 같은 내용과 노래임에도 ‘캣츠’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있다.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의 힘이다. ‘캣츠’는 다른 뮤지컬과 달리 기승전결을 갖춘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1년에 단 한 번 열리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에서 각기 다른 개성으로 뭉친 고양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옴니버스식 구조다. 공연을 볼 때마다 공감하는 부분이 달라지는 것이 ‘캣츠’의 매력이다.
이번 시즌에선 세대가 다른 고양이들의 조화가 눈에 띈다. MZ세대부터 기성세대까지 모두 하나가 돼 만드는 축제 광경은 갈등과 분열이 심화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아이돌 스타 같은 고양이 ‘럼 텀 터거’는 MZ세대, 화려했던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극장 고양이 ‘거스’는 기성세대의 표상처럼 다가온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세대가 달라도 마음에 품은 고민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공연 관계자는 “인생에서 한 번쯤은 경험해봄 직한 감정을 교감하기 때문에 부모의 손을 잡고 처음 ‘캣츠’를 봤던 관객이 어느새 친구, 자녀의 손을 잡고 보며 그 감동이 대물림된다”며 “볼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점이 ‘캣츠’가 강력한 생명력으로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뮤지컬 ‘캣츠’ 오리지널 내한 공연 중 그리자벨라 넘버 ‘메모리’의 한 장면. (사진=에스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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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캣츠’의 백미는 대표 넘버 ‘메모리’다. 한때 아름다웠으나 지금은 늙고 초라한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부르는 노래다. “새로운 삶을 생각해요 / 포기할 순 없어요 / 동이 트면 오늘 밤 또한 추억으로 남겠죠 / 그리고 새로운 날이 시작될 거예요”라는 가사는 언제 들어도 뭉클하다. 2년 전 공연에서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매료시킨 배우 조아나 암필이 이번 공연에서도 그리자벨라 역으로 분해 또 한 번 ‘역대급 메모리’를 보여준다.
이번 시즌은 코로나19 이전처럼 배우들이 객석 통로를 자유롭게 오가며 관객과 교감하는 오리지널 연출을 재현해 볼거리를 선사한다. 진짜 고양이처럼 움직이는 배우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정말 경이롭다. 공연 관계자는 “5년 만의 오리지널 연출이라 그런지 관객 반응이 더 뜨겁다”고 전했다. ‘캣츠’ 공연은 다음달 12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