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외국인 고용허가제 20년, 대만서 길을 찾다

  • 등록 2022-12-13 오전 6:15:00

    수정 2022-12-13 오전 6:15:00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대만은 우리나라처럼 1980년대 말부터 구조적인 인력난으로 외국인들이 국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는데, 우리나라와는 다른 기조를 띠었다. 우리나라는 일본 제도를 따라 외국인노동자를 연수생으로 받아들였다가 인권 침해 논란 등으로 2003년부터 고용허가제를 통해 근로자로 인정하기 시작했으나 대만은 처음부터 근로자로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논의하고 있는 이민청(대만에서는 이민서)도 2005년 설립해 운영중이다.

우리나라의 고용허가제는 외국 인력의 국내 취업에 민간 취업알선업체의 알선을 허용하지 않는 반면 대만은 취업알선 및 체류 지원을 민간부문이 주도하고 있다. 민간 취업알선업체들이 법이 허용하는 수준을 넘은 과다한 소개비를 받는 등 논란이 일면서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공공부분이 주도하는 관리체계 도입을 검토한 적이 있으나 결국 대만정부는 민간부문을 통한 외국인 관리가 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의 46%인 대만의 경우 지난 10월 현재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11만 명, 우리나라는 40만 명이 넘는다.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도입 및 관리 체계가 시장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어려워지기 전에는 대만과 우리나라의 불법체류자 수의 격차는 더욱 컸다.

대만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우리나라와는 달리 간병·가사 시장이 모든 외국인 근로자에게 개방돼 있다. 지난 10월 현재 대만에 취업한 71만 7000명(우리나라는 38만 6000명)의 단순기능 외국인중 30%가 간병·가사 근로자들이다. 나머지는 제조업(66%), 건설업(2%), 농림어업(2%)에 취업해 있다. 요양기관에 취업하는 간병인을 제외하면 외국인 간병·가사 근로자는 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만도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인력 정책의 기조는 내국인 근로자를 구할 수 없을 때 활용하고 단순기능 외국인은 한시적으로만 활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만은 간병·가사 근로자의 경우 14년, 제조업, 건설업과 농림어업은 12년 이었던 단순기능 외국 인력의 최장 체류기간 한도를 올해 사실상 폐지했다. 단순기능 인력으로 들어왔어도 6년 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제한 없이 체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놨다. 2016년에는 3년 체류 후 자국으로 일시 귀국한 뒤 재입국한다는 제한을 두기도 했지만 그마저 없앴다. 다만 사업장 이동만 3년간 원칙적으로 불허하고 있다.

대만 정부의 외국인 고용제도는 투명하다. 외국인 근로자를 글로벌 인재부터 단순기능 인력까지 5단계로 관리하고 있는데, 일차적인 기준은 월급수준이다. 전문 인력의 경우 월급이 기준 월급수준의 2배가 넘으면 가족동반을 허용한다. 외국인 근로자의 내국인 근로자와의 보완성 원칙도 철저하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전문 인력의 취업도 (우리나라의 고용부에 해당하는) 인력개발부가 관장하기 때문에 내국인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반영해 운영할 수 있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고용주는 내국인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쓰이는 고용안정부담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외국인을 쓰기는 어렵다.

내년이면 우리나라에서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지 20년이 된다. 우리나라도 외국 인력의 도입과 관리체계를 보다 시장의 요구를 반영해 혁신하여야 한다. 민간부문이 공공부문의 경직성을 보완해 외국인근로자 노동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이미 한계에 도달한 한시적 활용 원칙을 재검토해야 한다. 대만의 고용안정부담금 제도를 벤치마킹해 보완성의 원칙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불법체류자 관리의 혁신이 필요하다. 대만은 매년 2만 명의 불법체류자를 돌려보내고 있다. 경찰 등과 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이민서 소속 단속 공무원이 600명 정도에 달하고 외국어 구사능력이 자격요건의 하나로 양과 질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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