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이날 케이뱅크는 전 거래일보다 100원(0.99%) 오른 1만2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만 해도 2만1000원대에서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반토막난 것이다. 전날(19일)은 신저가인 1만1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2020년 6월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소인 두나무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으며 외형을 키웠다. 암호화폐 열풍이 불던 지난해 고객이 220만명에서 3배가 넘는 710만명으로 불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떠나며 비상장주식도 침체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기업공개(IPO)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케이뱅크가 비상장주식으로 인기를 끈 것은 내년 3월까지 상장을 할 것이란 기대 탓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성장주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는데다 카카오뱅크(323410)까지 침체하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이날 카카오뱅크(323410)는 전 거래일보다 550원(3.16%) 내린 1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공모 당시보다도 56.79% 내린 수준이다.
케이뱅크의 상장 계획이 연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본확충을 위해 IPO가 필요하긴 하지만, 기업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상장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PO 기대 식고 유동성 줄자…선학개미도 안녕
컬리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초 컬리는 11만6000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비상장주식 시장에서 2만9000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역시 신저가다. 현재 거래되는 주가로 추정한 시가총액은 1조1200억원이다. 작년 기관투자자들은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원대로 봤지만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지난 8월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컬리는 내년 2월까지 상장해야 한다. 시장 안팎에서는 거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컬리가 상장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컬리는 “한국거래소와 주관사, 투자자 등과 상장 철회에 대한 어떤 의사소통도 한 적이 없다”며 “지난 8월 상장 청구 승인 이후 정해진 기한 내 상장을 추진하기 위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상장 가능성이 있는 비상장 주식을 싸게 사 상장 후 비싸게 파는 게 선학개미들의 수익 방법이지만, 주식시장이 침체하며 상장 후 공모가를 하회하는 종목이 늘며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나고 있다. 남기윤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비상장기업 투자는 금리 상승, 물가 상승, 주식시장 하락 등으로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최근엔 대어들이 줄줄이 IPO를 철회하는 모습이다. 이달 골프존커머스가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잔여일정을 취소하고 상장 철회를 신청했고 카카오게임즈(293490)의 핵심 자회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도 제반상황이 좋지 않다며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CJ올리브영 등이 상장 계획을 접은 상태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비상장주식은 유동성이나 심리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투자처인데 상장 철회 등 IPO시장의 변동성까지 커지니 예측가능성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한다고 해도 아예 계획을 엎기보다 연기하는 수준이겠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좀 더 신중히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