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울렛 방재실에서 근무하며 소방시설 등을 관리하던 A(33)씨는 지난 26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기 전 화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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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의 아버지는 “(이날 오후 1시께) 경찰들에게 아들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얘길 듣고 전화를 했는데 통화가 되지 않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A씨의 휴대전화 위치가 마지막으로 파악된 곳이 바로 화재가 발생한 지하 1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컴퓨터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던 성실한 젊은이었다. 대전의 다른 백화점에서 물류 관련 일을 했던 A씨는 사고 직전까지 물류 관련 외부 용역업체 소속으로 현대아울렛과 일을 해왔다.
A씨의 작은 아버지는 “현대아울렛에서 일을 하게 됐다며 좋아하던 조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조카가 더욱 열심히 일하고 싶다면서 현대아울렛과 가까운 동네인 유성으로 이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작은 아버지는 “조카의 동료로부터 ‘현장에서 빠져나간 줄 알았는데 못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화재로 숨진 또 다른 30대 B씨의 유족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황망함을 감출 수 없다며 연신 눈물을 보였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B(35)씨는 백화점 주차요원, 각종 마트 아르바이트에 택배 상하차, 운전기사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했던 젊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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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병원에서 아들을 보는데 팔과 어깨가 잔뜩 응크러져 있었다”며 “내 아들이 이렇게 가려고 그렇게 열심히 일한 건 아닐 텐데,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던 건 아닐 건데..이놈 참 불쌍하다. 불쌍하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B씨의 삼촌은 “조카가 새벽 근무로 잠도 못 자고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다. 일찍 그만했으면 이런 일은 안 당했을 것”이라며 “책임감 강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듬직한 아이였다”고 B씨를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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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같이 일하다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자격증도 따고 열심히 준비했다. 이직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지난 26일 대전 현대 프리미엄아울렛에서 발생한 화재로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7명 중 남성은 6명, 여성은 1명이었다. 유성선병원과 대전보훈병원에 각 2명, 을지대병원과 충남대병원에 각 1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중상을 입은 40대 남성은 병원 이송 중 심정지를 겪어 CPR(심폐소생술)을 통해 자발순환회복이 됐지만 아직 중태 상태에서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화재는 지하 주차장 하역장에 적재된 의류 더미에서 처음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거기서 다량의 연기가 뿜어져 나오면서 사상자가 늘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사망한 직원들은 모두 시설과 쓰레기처리, 미화 등 업무를 담당하던 도급 근로자와 외부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로, 백화점 개장 준비를 위해 새벽부터 업무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했다.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유관기관은 오는 27일 오전 10시부터 화재 원인 등을 찾기 위해 합동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