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6일 오전 7시 10분께 울산 앞바다를 빠져나가면서 언론과 정부는 태풍수습으로 태세를 전환한 가운데, 나홀로 태풍과 맞서 싸우는 곳이 있다. 바로 울릉도·독도다.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약 5시간 뒤 울릉도에서 불과 70km 떨어진 인근을 지났다.
그럼에도 울릉도 주민들은 마치 태풍이 끝난 것 같은 소란에 한번 더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울릉도 남양항에서 건어물을 판매하고 있는 전영수(72세)씨는 “울릉도·독도는 영토싸움이 날때나 잠깐 우리나라다. 태풍같은 재난이 오면 우리나라가 아니다”며 “뉴스에선 태풍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고 하면서 울릉도 사람이 죽어나가는 동안엔 관심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울릉도에서 평생을 산 울릉도 토박이다. 울릉군은 재난 우려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국가적 관심과 대응에서는 늘 먼 곳이었다. 울릉군 주민들의 오래된 소외의 울분을 전 씨는 기자에 한참 토로했다.
이는 지난 2005년 발생한 태풍 ‘나비’가 남긴 상흔이기도 하다. 당시 울릉군은 기록적인 폭우와 강풍으로 섬 전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기도 했다. 나비는 경상북도 울릉군에 크게 영향을 준 태풍으로, 재해 상습 피해지역인 울릉도의 취약한 재해대비 실태를 그대로 노출했다. 당시 수해 이재민은 796명, 총 피해액 270여억원에 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오전 기자실을 찾아 “태풍은 지금 울릉도 쪽으로 빠져나갔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는데, 앞으로는 “태풍이 지금 울릉도 쪽으로 ‘빠져나가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의 온도를 조금 바꿔주심이 어떨지 권유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