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거액의 이상 외화송금 대부분은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흘러나온 자금으로 드러났다. 즉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국내 무역법인의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과 법인을 거쳐 해당 무역법인 계좌로 입금된 후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해외법인에 송금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적발된 수상한 외화송금 문제의 핵심 키워드는 가상자산과 자금세탁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이런 불법행위가 여러 은행에서 오랜기간 동안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자금세탁방지 관련 은행 내부통제나 감독당국 적발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규모의 국부유출이 야기되는 것은 물론이다. 나아가 외환송금이 불법, 테러, 적성국가 자금과 연계됐다면 미국법에 따라 벌금 또는 미 은행계좌 폐쇄 제재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금융정보분석원의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대응능력도 강화해야 한다. 금융회사의 의심거래보고(STR) 건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FIU는 지난해 73만 건의 STR을 받았다. 그러나 이를 분석할 FIU 분석팀 인력은 40여 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상한 금융거래의 분석과 발굴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자금세탁방지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FIU와 금융기관 상호 간의 인적 교류확대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또 의심금융거래보고 대상의 유형을 표준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세분화하고 다양화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자금세탁빈도가 높은 지역에는 보다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는 것이다. 나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정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등 능동적으로 의심거래행위를 발굴하는 기법도 배양해나가야 한다.
그런 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정상적 가격 변동에 따른 차익을 노린 투기세력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가상자산의 개념 정립 및 법제화, 시장 규율의 기본이 되는 업권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 법은 지난해부터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를 해왔으나, 1년 넘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