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 속에는 빚의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물론 빚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살아가다 보면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빚을 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빚은 경제생활을 해 나가는데 윤활유 구실을 하기도 한다. 돈을 빌려 투자할 자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수익을 가져오는 ‘레버리지 (leverage) 효과’도 거둘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빚은 경계의 대상이다. 우리 옛 속담에도 ‘외상이면 황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빚을 내서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으로, 빚의 문제점을 아주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특히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고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빚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또다시 심각한 가계 빚 문제에 빠져있다. 가계부채 규모는 2022년 3월, 1860조 원으로 전체 경제규모(GDP)의 100%를 상회하는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국제금융협회는 1분기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또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빚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상황을 주체할 수 없는 수렁으로 내몰 우려가 없지 않다. 한시바삐 빚의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능동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금리인상으로 불거진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은 어느 정도 덜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금융기관의 부실방지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관행도 담보위주에서 상환능력 위주로 변경해 나가고 금리적용 방식도 변동금리부 상품을 줄이는 대신 금리변동에 비교적 안정적인 고정금리부 상품을 늘려나가야 한다.
셋째, 빚을 내는 사람들이 스스로 빚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불가피하게 빚을 내야 할 상황이 닥칠 경우 현명하게 돈을 빌려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빚을 내는 이유가 기존의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투자이거나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이는 등 발전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 여부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