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는 노다지인가, 신기루인가[최훈길의뒷담화]

NFT 거래량, 11개월 만에 최저…반토막 시총
윤석열·이재명·허경영 NFT도 시들해진 시장
NFT 보유가치 의문, 규제 모호해 사업 리스크
올 하반기엔 게임사·거래소측 NFT 곳곳 출시
자율규제 기반으로 하되 사고발생시 강력한 책임 물어야
  • 등록 2022-07-04 오전 6:28:27

    수정 2022-07-04 오전 6:28:27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대체불가능토큰(NFT) 시장이 다시 살아날까요.”

최근 만났던 한 기업인은 루나·테라 사태 이후 향후 비즈니스가 고민된다면서 이같이 질문했습니다. 당시 저는 “글쎄요”라고 답했습니다. 거품이 꺼졌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작년 하반기만 해도 유명 유튜버를 비롯해 각계에서 NFT를 띄웠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가상가산 정보제공 플랫폼 더블록의 월간 거래량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지난달 전 세계의 NFT 거래량은 10억달러로 작년 7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습니다. NFT 거래량은 올해 1월 16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가상자산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세계 NFT 시가총액은 7월3일 현재(오후 6시 기준) 117억 달러로, 1달 전보다 49% 하락했습니다.

한 누리꾼이 오픈씨에 올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제목의 NFT 최고가는 35달러(4만원)였다. (사진=오픈씨)


유명 정치인들의 NFT도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선 후보 때인 지난 1월28일부터 2월3일까지 NFT 경매를 붙였습니다. 당시 취재 결과 최고 경매가는 555달러(67만원), 경매 참가자는 4명에 불과했습니다. 당시 한 누리꾼이 오픈씨(Opensea)에 올린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 제목의 NFT 최고가는 35달러(4만원)였습니다. ‘우주의 기운 허경영’으로 올라온 NFT를 산 사람은 없었습니다.

급기야 대다수 NFT가 망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블록체인 기업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 대표는 지난달 2일 ‘웹3 코리아 2022’ 행사에서 “유행이 지나면서 NFT 관련 디지털이미지(PFP)와 디지털 아트 대부분이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너도나도 NFT에 뛰어들었는데 지금은 나오지도 못하고 물려 있는 상황”이라며 “후속 구매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첫째는 NFT가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정수호 법무법인 르네상스 대표 변호사는 “희소성을 인정받고 사람들이 갖고 싶어져야 가치가 올라간다”며 “(NFT는 이런 매력이 없다고 판단되다 보니) 어느새 시시해진 것 같다”고 풀이했습니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는 “NFT를 비롯한 가상자산에 대한 평가 틀은 있지만 진정한 가치 평가는 어렵다”며 “사실상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NFT 가격이 떨어진 것은 NFT를 사려는 수요가 그만큼 급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NFT를 거금을 들여 사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 등이 구매한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인 이른바 ‘지루한 원숭이 NFT’는 116만달러(약 14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둘째는 NFT 비즈니스가 합법·불법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NFT 사업을 하다가 범법자가 될 것이란 업계 우려도 큽니다. 이는 모호한 가이드라인 때문입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케바케)’로 어떤 경우에는 규제를 받고 어떤 경우에는 규제를 받지 않는 ‘이상한’ 상황입니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11월23일 NFT에 대해 이같은 ‘케바케’ 입장을 밝혔습니다. 금융위는 당시 보도설명자료에서 “NFT는 일반적으로 가상자산으로 규정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개별 사안별로 봤을 때 일부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NFT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과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케바케’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윤석열정부에서도 NFT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국제적으로도 NFT 정의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작년 10월 가이드라인에서 “(NFT는) 그 성격상 일반적으로 FATF 정의에 따른 가상자산으로 간주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급 또는 투자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FATF가 규정하는 가상자산의 정의에 해당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각 국가들은 사례별로 NFT에 FATF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에 NFT가 곳곳에서 출시됩니다. 특히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NFT가 나올 예정입니다. 국내 게임 업계 ‘맏형’격인 넥슨은 NFT를 결합한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통해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에 NFT를 결합할 예정입니다.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자회사인 람다256도 NFT 마켓 서비스 ‘사이펄리(CYPHRLY)’를 3분기에 출시합니다. 블록체인 1세대 기술 기업 아이콘루프는 게임사 투바이트와 오는 10월에 게임과 NFT를 결합한 ‘하바(HAVAH)’ 서비스를 선보입니다.

가상가산 정보제공 플랫폼 더블록의 월간 거래량 데이터를 확인해보니, 지난 달 전세계의 NFT 거래량은 10억달러로 작년 7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NFT 거래량은 올해 1월 16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사진=더블록)


이처럼 선두 기업들이 차별성을 내세우고 만드는 서비스가 시들해진 NFT 시장을 살릴지 관심사입니다. 현재 침체된 NTF 시장이 앞으로 금광이 있는 노다지로 기사회생할지, 허망한 신기루로 결론이 날지 지켜볼 일입니다.

다만 어떻게 결론이 나든 규제가 불명확한 ‘그레이 존(Gray Zone·회색 지대)’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입니다. 업계의 자율규제부터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관련해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민간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하되, 사고 발생 시 사업자에게 강력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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