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주식이 더 쓰레기"…스냅 쇼크에 투심 얼어붙었다

스냅 주가 43% 폭락…증시 전반 털썩
구글, 페북, 로쿠 등 관련주 동반 하락
아베크롬비 주가 29%↓…실적 공포감
월가 거물 "현금보다 주식 더 쓰레기"
  • 등록 2022-05-25 오전 6:08:01

    수정 2022-05-25 오전 6:08:01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하루 만에 다시 얼어붙었다.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의 주가가 실적 악화 가능성에 추락하면서,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었다.

(사진=AFP 제공)


‘스냅 쇼크’에 얼어붙은 증시

24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15% 상승한 3만1928.62에 마감했다. 다우 지수는 장중 내내 하락했다가, 장 막판 급등하며 소폭 상승 마감했다. 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1% 내린 3941.4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5% 떨어진 1만1264.45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1.56% 내린 1764.83을 나타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스냅 쇼크’에 움츠러들었다. 전날 주요 금융주의 고공행진 속에 반짝 반등했다가, 하루 만에 주저앉은 것이다.

스냅은 전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거시경제 환경이 4월 21일 당시 실적 가이던스와 비교해 크게 악화하고 있다”며 “2분기 실적이 종전 예상치의 하한선을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스냅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25%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를 하회할 것이라는 의미다.

에번 스피걸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치솟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위기 △인력 부족 등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지난 1년간 2000명을 새로 채용했는데 올해는 500명만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스냅 주가는 이날 43.08% 하락한 주당 12.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하루 최대 낙폭이다

이는 스냅에만 그치지 않았다. 알파벳(구글 모회사·-4.95%), 메타(페이스북 모회사·-7.62%), 로쿠(-13.74%), 핀터레스트(-23.64%) 같은 관련주들은 모두 급락을 면치 못했다. 애플(-1.92%), 마이크로소프트(-0.40%), 아마존(-3.21%), 테슬라(-6.93%) 등 다른 빅테크주들 역시 타격을 받았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스냅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은 회사가 전체 시장을 끌어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러나 시장이 얼마나 민감한 상태인지를 감안하면 스냅은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냅 외에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드피치의 주가는 28.58% 빠지며 주목 받았다. 1분기 27센트의 주당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8센트)를 밑도는 실적이다. 월마트, 타깃 등 대형 소매업체들의 어닝 쇼크에 이어 다른 기업들까지 거시 환경 악화로부터 타격 받으면서, 투심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초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국 국채 가격은 상승했다(국채금리 하락). 장기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718%까지 떨어졌다.

주요 경제지표는 악화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7.5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57.4)를 하회했다. 3개월 만에 가장 낮다. 경기 전반의 확장 동력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5월 제조업 지수는 -9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10)을 크게 하회하며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는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미국 중동부 지역의 제조업 활동을 보여주는 지표다.

레이 달리오 “주식이 더 쓰레기”

월가 내에서는 증시의 추가 약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 회장은 이날 다보스포럼에서 CNBC와 인터뷰를 통해 “현금은 여전히 쓰레기인데, 주식은 더 쓰레기 같다”며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40년 만의 최고치인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억만장자 헤드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CEO는 트위터에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증시가 폭락해 경제 붕괴와 수요 파괴를 촉발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며 “올해 시장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이 그 일을 할 것”이라며 “그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이날 메시지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심각한 경제 혼란 없이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무모하지 않게 목표를 갖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진 것이다.

유럽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전거래일과 비교해 0.39% 하락한 7484.35에 장을 마쳤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1.80%,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66% 각각 떨어졌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1.64% 내린 3647.56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47% 내린 배럴당 109.77달러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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