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흔들 코스피도 ‘뚝’…짙어지는 하반기 먹구름

우크라 사태 확전 가능성에 5월 FOMC 앞두고 혼란 지속
안전자산에 집중될 수도…시장점유율에 따른 차별화 장세
  • 등록 2022-04-28 오전 5:30:00

    수정 2022-04-28 오전 5:30:0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글로벌증시가 휘청이고 있다. 달러 강세 속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오르며 국내 증시도 힘을 못 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심화하는 분위기인데다 금리·물가 상황도 녹록지 않다. 환율 강세도 부정적 요인이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하단을 2400선까지 제시했다. 2020년 11월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中 상승세 힘 받았지만 안도 일러

2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9.25포인트(1.10%) 내린 2639.06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에 장 초반 2615.63(-1.97)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오전 코스피는 미국 증시 충격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었다. 전날 미국 3대 지수는 장 초반부터 하락 출발했고, 장중 내내 낙폭을 키우며 그대로 마감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38%나 떨어졌다. 나스닥도 3.95%나 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테슬라, 애플,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주가 하락세를 주도해서다. 지난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점차 커지며 미국 주가 상승을 견인해온 빅테크주도 힘을 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위험 회피에 따른 달러 강세로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14.4원 오른 달러당 1,265.2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23일(1,266.5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외국인 수급에 악재로 작용해 주가 하락을 이끌고, 다시 환율 상승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환율에 현재 상황이 많이 반영돼 더 심하게 올라가진 않을 것 같지 않지만, 앞으로 원화 약세 달러 강세 분위기가 바뀔 것 같지도 않다”며 “코스피가 하락폭을 줄인 건 다행스러우면서도 위로 올라갈 힘이 강해 보이지 않아 계속 불안불안한 상태”라고 짚었다.

상반기 차별화 장세…투자기회 주춤

5월 이후 증시 전망도 밝지 않아 하반기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개월여가 지났지만,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엔 몰도바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정권 지역에서 원인불명의 연쇄 폭발이 발생하며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정학적 변수는 이미 충분히 반영된 악재지만, 확전 가능성은 주춤했던 원자재값 고공 행진을 다시 고개를 들게 할 수 있다.

내달 4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가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전망으로 금리인상 기대가 확대됐음에도 기대 인플레이션은 더 상승하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FOMC에서 구체적인 긴축경로가 발표될 때까지 시장이 혼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고용시장의 정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3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43만1000개 증가하고 실업률은 3.6%로 2월(3.8%)보다 낮아졌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전 상황을 회복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부정적 지표로 읽을 수 있다. 실업률 저하와 임금 상승으로 가계 소비수준이 높아지면 물가 상승을 이끄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이는 인플레이션에 더욱 힘이 실리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주식 시장이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확실성을 반영할 것”이라며 “주요 경기 선행 지표가 하반기에도 지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고물가와 금리 급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가시화하며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코스피 예상 범위로 2400~2850선을 제시했다.

이럴 때 투자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나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기 보다 경기침체라는 환경과 더욱 가까워져 더욱 안전자산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투자 우선순위를 안전통화, 우량채권, 모멘텀에 반응력이 좋은 주식 순으로 보고 있다. 금융자산의 투자기회는 상반기 중 쉽게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재환 팀장은 “코로나19 직후 유동성이 넘치며 기업들이 돈을 많이 벌던 그런 국면으로 다시 돌아가긴 어려울 것 같다”며 “다만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은 괜찮겠지만, 시장 점유율이 낮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힘들어지는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수 있어 이를 감안한 투자전략을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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